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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비례 의원의 험난한 지역구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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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6년 4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증 교부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당선증을 펼쳐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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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비례)은 지난해 2월 전북 정읍·고창 지역위원장에 임명됐다. 이곳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하정열 후보가 국민의당 유성엽 후보(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에게 패배한 지역이다. 호남 전역에서 국민의당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유성엽 의원은 4만3000여표로 47.96%의 득표율을 올렸다. 민주당 후보와 다른 무소속 후보가 각각 23%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칠 만큼 유 의원의 영향력이 높은 지역이다.

외교관 출신인 이 의원은 이곳에서 지역구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올해 3월 초 지역위원장 사퇴서를 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왜 저 지역에 출마할까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1년 만에 지역구 활동을 접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이 지역 출신인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출마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에서 교통분야 최고전문가로 알려진 윤 전 부시장은 지난 4월 30일 퇴임식을 갖고 5월 8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수혁 의원은 아직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 지지도 높은 곳은 공천싸움 치열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비례)은 총선 다음해인 2017년 2월 새누리당 경기 안산 단원을 당협위원장에 임명됐다. 이 지역 국회의원이던 박순자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하자마자 임 의원을 당협위원장에 임명한 것이다. 임 의원은 이 지역에 공을 들였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그 해 5월 박순자 의원은 다시 한국당에 복당했고, 12월에 당협위원장직을 회복했다. 앞서 한국당 조직강화특위가 지역구 당선 우선 선임 원칙을 결정한 이후였다. 박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비례로 국회에 진출했고, 18대 총선부터 안산 단원을에 계속 출마해, 18대와 20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20대 국회의 후반기 국토교통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안산 단원을 당협위원장직을 잃게 된 임이자 의원은 고향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에 출마할 예정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임이자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몸싸움에서, 정치개혁특위 위원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얼굴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곳 역시 안산 단원을만큼이나 만만치 않다. 이곳은 친박 실세였던 김재원 의원이 보궐선거로 당선된 곳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대구·경북 지역은 유독 후보들의 경력을 눈여겨보는데, 이곳에서 안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원이 바로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는 예는 많지 않다.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하는 데 성공한 19대 비례대표 의원은 5명에 불과하다. 남인순·진선미·한정애·도종환·홍의락 의원으로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19대 비례의원 54명 중 5명이 당선된 만큼 당선 확률이 10%에도 못미친다. 남인순·진선미 의원은 민주당에서는 험지로 불리는 서울 송파구병과 강동구갑 지역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한정애 의원은 분구가 되면서 새롭게 생긴 강서병에서 승리했다. 도종환 의원은 노영민 전 의원(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노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홍의락 의원은 대구 북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선된 후 민주당으로 복당했다. 20대 국회의 비례대표 의원들에게는 이들 다섯 명의 사례가 성공사례로 손꼽힐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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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임시국회가 본회의 한 번 못열고 종료된 5월 7일, 국회에 견학온 방문객들이 본회의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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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비례의원들 가운데 박경미·이재정·제윤경·김현권 의원은 일찌감치 지역구 터전을 잡았다. 박 의원은 서울 서초을, 이 의원은 경기 안양동안을, 제 의원은 경남 사천·남해·하동, 김현권 의원은 경북 구미을의 지역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한국당 현역 의원이 있는 이른바 험지 지역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 의원은 지역에서 활동에 나서는 한편, 지난해 국회 예산안 심사과정에서도 지역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재정 의원이 선택한 경기 안양동안을은 21대 총선에서 20대 비례의원들의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역인 심재철 의원에 맞서 민주당 이 의원과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맞붙게 된다. 정의당은 20대 총선에서 정진후 전 의원이 출마했으나 심 의원에게 패했다.

험지로 가면 상대 당 현역과 맞서야

이들 의원 외에도 송옥주 의원은 경기 화성갑, 심기준 의원은 강원 원주갑, 정춘숙 의원은 경기 용인병에 출마할 계획이다. 최근 화제가 된 지역은 경기 안양동안갑이다. 민주당 권미혁 의원(비례)이 같은 당의 이석현 의원에게 도전하면서 민주당 내에서 이야깃거리가 됐다. 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성남 중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곳에는 윤영찬 청와대 전 홍보수석이 출마할 예정이다. 이 의원 측은 “노동자들이 많은 이 지역에서 한국노총 위원장을 역임한 이 의원의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김성수 의원 등은 아직 지역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 측은 “민주당의 지지도가 높은 지역구에는 같은 당 현역 의원이 있거나 아니면 지명도가 있는 원외위원장이 있어서 일단 당의 공천에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면서 “험지에 가면 한국당의 쟁쟁한 현역 의원과 겨뤄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의원이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되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당 역시 비례의원들 중 지역구를 미리 선택한 경우가 많지 않다. 강효상 의원은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있는 대구 달서병에서, 김규환 의원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있는 대구 동구을에서 각각 출마하게 된다. 김승희 의원은 서울 양천갑, 문진국 의원은 서울 강서갑, 윤종필 의원은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불출마를 밝혀온 조훈현·이종명·유민봉 의원 외에 김현아·신보라·전희경·최연혜 의원 등은 아직 지역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바른미래당은 비례의원 중 김삼화(서울 강남병)·김수민(충북 청주청원)·김중로(세종)·신용현(대전 유성을)·이동섭(경기 용인갑)·최도자(전남 여수갑) 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의당은 김종대 의원이 충북 청주 상당에, 윤소하 의원이 전남 목포에, 이정미 의원이 인천 연수을에서 각각 출마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 측은 비례의원의 지역구 출마를 ‘개척’으로 표현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4년 비례의원 임기 동안 전반기에는 의정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욕을 먹을까봐 지역구에 거의 가지 못하고, 후반기에도 겨우 반반 정도로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을 하는 만큼 두 배의 힘이 들게 된다”고 말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비례의원들은 지역구로 갈 경우 정치신인에 준하는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면서 “말이 현역 의원이지, 지역구에서는 몇 년 동안 닦아온 다른 의원들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비례의원 역시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편한 지역구를 골라가려고 할 것이 아니라 1∼2년 정도 활동을 한 후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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