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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문무일 “마약수사 분권화 추진”…수사권 조정에 민감한 마약담당 검사 목소리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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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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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적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힌 지난 16일 기자 간담회에서 “마약수사, 식품의약 수사 분권화를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문 총장이 이날 특별히 마약 수사와 관련해 분권화 계획을 밝힌 이유는 뭘까. 마약 분야 담당 검찰 관계자는 “마약‧조직 범죄는 국내 파트와 국제 파트를 동시에 타격해야 효과가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검찰 입장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독립된 수사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1989년부터 개최된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를 사례로 들면서 국제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검찰청 주최로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28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는 미국·중국·일본 등 아태 지역과 캄보디아·라오스 등 아세안 지역, 영국·독일 등 유럽 지역 19개국이 참가했다. 미국 뉴욕주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마약 특별 검찰청을 중심으로 검사와 수사관, 경찰이 수사 계획부터 같이 움직이는 사례를 들면서 “마약 수사는 신속성과 현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9984명이던 국내 마약사범은 2015년 1만1916명으로 1만 명선을 돌파했다. 이후 2016년 1만4214명, 2017년 1만4123명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1만2613명으로 다소 줄었다.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을 마약 안전 국가로 보통 분류한다. 인구 10만명당 국내 마약류 사범은 이미 지난 2015년 24명에 달해 한국은 이미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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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대구지검 마약수사사무관실에서 검찰 관계자가 필로폰 대량 밀수 및 유통사건 수사과정에서 압수한 필로폰 28.5㎏(시가 950억원 상당)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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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조직 담당 검사들이 지난 10일 서울 고등검찰청에서 모인 회의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버닝썬 사건을 예로 들면서 조정안 문제점이 지적됐다. “경찰관에 의한 폭행과 물뽕 성폭행이 같이 일어난 사건에서 물뽕 범죄는 검찰 수사가 불가능하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며 “이첩하더라도 경찰이 수사하지 않고 종결하면 그 부분은 검찰에 송치되지 않아 결국 암장(暗葬‧묻힌다)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총장이 수사 분권화 분야로 언급한 식품의약 사건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회의에서는 2017년 광주지방경찰청에서 7개 병‧의원에 대한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사건을 수사하던 도중 세무공무원과 경찰관(전 광주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이 뇌물 혐의를 받은 사건도 소개됐다.

검찰 측은 “세무공무원만 구속 수사하고, 경찰관 뇌물 수수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결정했다”며 “광주지검에서 위 사건을 수사해 결국 경찰관이 구속됐다”고 소개했다. 당시 광주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 의약품 납품업체 대표와 고교 동창으로 전해졌다. 마약 담당 검찰 관계자는 “마약‧조직 범죄는 고소‧고발 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없다 보니 누군가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어 덮어버릴 가능성도 있는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반면 경찰 측은 국제 마약‧전담 수사 기관이 대부분 경찰 중심으로 이뤄져 검찰 측 주장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경찰에 해당하는 ‘인터폴’ 중심으로 마약‧조직 업무 협업이 이뤄진다”며 “식품의약 수사도 법무부 산하 특별사법경찰관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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