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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CEO] 벤츠 수입차 1위 비결은 `WHY NOT` 도전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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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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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락희(申樂喜).

한국에서 만 4년을 살며 그는 지난해 서울시 명예시민이 됐다.

한국 이름에 녹인 '즐거움'의 감성처럼 그 자신은 물론 그가 이끄는 기업까지 지금 최고 '전성기'를 즐기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53)이다.

'실라키스'라는 성을 '신락희'로 연결한 기발함만큼 그는 한국 시장에서 탁월한 경영 성과를 만들고 있다.

2015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한 뒤 'E클래스 전 세계 판매 2위·S클래스 3위 달성'이 그가 독일 본사에 내민 대표 성적표다.

라이벌 BMW를 제치고 최근 3년간 국내 최대 수입차 판매 브랜드로 단독 질주하며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4조4742억원의 매출을 일궜다.

그가 의장을 맡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 프로그램도 괄목할 만하다. 마라톤 등 매력적인 이벤트를 만들고 시민 참가비를 기부로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대체 성공 비결이 뭐냐"고 캐물었다.

기대를 했는데 의외로 "특별한 비결은 없다. 우리의 전략은 항상 동일하고 일관된 것"이라고 싱거운 답을 내놓았다.

그런데 추가 답변이 이어질수록 담담함 속에 치밀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벤츠의 (삼각별) 로고처럼 '좋은 인재·좋은 제품·좋은 전략'의 3대 가치로 고객 만족을 향해 뜁니다. 수익을 지속 투자해 임직원과 딜러 네트워크를 '강력한 팀'으로 만들었죠. 좋은 전략을 구현하려면 인재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추구하는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특히 조직·인재 관리에 신경 썼음을 내비쳤다.

답변 중 집무실 밖 직원들의 사무 공간을 가리키며 "우리가 (지난해 4조원이 넘는) 대규모 매출을 달성했지만 회사 자체는 매우 작다. 대부분 직원들이 평균연령 37세로 매우 젊다"며 "(서로를 볼 수 없는 칸막이 대신) 투명한 유리 사무 공간 환경에서 서로가 빠르게 소통하게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변화무쌍한 한국 시장 특성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성공에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임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보다 시장·정책의 불확실성이 훨씬 컸던 남미법인 근무 시절을 회상하며 "당시 내게 요구된 건 '초(超)유연성(super flexibility)'이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지만 역동성이 크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도 '대변혁'의 시대에 접어든 만큼 유연성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마인드셋이 있죠. 바로 '왜 안되냐(Why not?)'는 도전의 사고를 갖는 것이지요."

취임 후 글로벌 완성차 시장을 뒤흔든 디젤게이트 사건부터 글로벌 시장 수요 둔화 등 각종 불확실성에서 그가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었는지를 짐작게 하는 답변이었다.

매일경제

실라키스 사장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성공이 독일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의 위상과 가치를 바꿔놓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한국 시장은 벤츠의 미래 전략 수립에 중요한 '트렌드 주도자(trendsetter)'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시장은 두 가지 의미에서 중요합니다. 여전히 성장하는 시장이면서 기술과 혁신에서 트렌드 주도자 역할을 하고 있죠. 역으로 규제가 많고 경쟁이 치열해 더 많은 집중력도 요구됩니다."

빠른 기술 혁신과 높은 난도의 규제 환경 등 '당근과 채찍'이 혼재하는 한국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확보한 자생력은 다른 글로벌 지역 법인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벤치마킹 사례라는 뜻이다. 그는 이런 한국 시장의 전략적 가치가 실제 제품 개발에도 적극 투영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라키스 사장은 "한국 고객의 높은 눈높이는 제품 디자인에 100% 반영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기술 분야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벤츠의 차량 내부 기술에도 한국의 혁신기업이 가진 기술 요소가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시대로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CASE' 전략도 환기했다. 커넥티드(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서비스(Shared&Service), 전기구동(Electric Drive)의 조합인 CASE 전략이 적용된 첫 전기차 EQC가 올해 하반기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벤츠 전기차 브랜드 EQ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인 EQC가 한국 시장에서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독일 본사도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벤츠는 특히 올해 올라 켈레니우스 회장의 이사회 의장(벤츠 모회사 다임러 AG) 취임에 발맞춰 친환경차 시대를 향한 '앰비션(Ambition·야망) 2039' 청사진을 최근 공개했다. 2039년까지 벤츠의 모든 차를 탄소 배출 제로(0)화한다는 목표다. 2022년까지 전기차도 10종 이상 출시하며 EQ 브랜드 확장에 100억유로(약 13조3501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같은 야심 찬 계획의 첫 발걸음인 EQC는 유럽은 물론 벤츠의 5대 시장인 한국에서도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내 유럽 기업들을 대표해 2017년부터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의 역할을 소개하며 ECCK의 규제 개선 목소리에 한국 정부가 귀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ECCK는 지난해 11월 자동차·헬스케어·지식재산권 등 14개 산업별 규제 문제를 개선해달라는 유럽 기업들 목소리를 방대한 백서로 제작해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한 외국 기업 경영자 간 간담회 자리에서도 실라키스 사장은 "기업 활동에 유연성과 안정성이 제대로 보장돼야 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이 같은 다양한 기업 환경 개선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느냐는 질문에 그는 "많은 부문에서 생산적이고 솔직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보다 공정하고 경쟁력 넘치게 바뀌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매년 한국 사업의 애로점을 파악하는 건 기업의 맥박(pulse)을 체크하는 중요한 작업이자 한국 경제의 도약(boosting)을 돕고자 하는 우리의 진정성 어린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 He is…

△1966년 그리스 출생 △1988년 영국 켄트대 전자공학 학사 △임피리얼칼리지 경영대학원 석사 △1992년 메르세데스-벤츠 그리스 입사 △2001년 메르세데스-벤츠 그리스 세일즈·마케팅 디렉터 △2014년 메르세데스-벤츠 브라질 승용 부문 대표 △2015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 △2017년~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

[이재철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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