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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계정과목조차 기업마다 표시 방법 달라…재무제표 활용 비교 분석 갈수록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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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상장기업들뿐만 아니라 외부감사를 받는 12월 결산기인 비상장기업 전부가 지난달 중순까지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감사보고서를 올리면서 2018년 결산이 마무리됐다. 2019년이 벌써 3분의 1이 지났지만 회계업계와 각 기업 재무팀 종사자들의 새해는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난 셈이다.

공인회계사로 회계업계에 들어온 지 16년이 넘은 필자는 요즘 공시된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쭉 훑어보고 있노라면 절로 한숨부터 나온다. 회계기준이 매년 개정되고 있어서 바뀐 내용을 찾아보기도 벅찬데, 기업들 재무제표 모습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신용평가사 등 금융기관 외에 기관, 외국인, 개인 투자자 그리고 거래처와 외상거래를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 모두 새로 공시된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느라 한창 바쁠 것이다. 2017년과 다른 계정과목들도 눈에 많이 띄고 바뀐 회계기준대로 작성되어 차이가 발생한 부분 등 살펴봐야 할 곳이 한두 개가 아니다.

회계기준은 앞으로도 계속 개정될 예정이다. 2018년에는 수익인식과 금융상품 관련 회계기준이 주로 바뀌었다. 올해는 리스회계기준이 개정되어 시행 중이고, 3년 뒤에는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회계기준(IFRS17 ‘보험계약’)이 대기 중이다.

물론 정보이용자 입장에서는 개정된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가 잘 작성되고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거친 결과물만 보면 되기 때문에 부담은 덜 하다. 그래도 이왕이면 개정될 회계기준 내용까지 섭렵한다면 조기에 위험을 피할 수 있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 부분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정보이용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기업들 재무제표 작성방식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여유자금 100억원을 1년 이내 만기 도래하는 정기예금에 예치했다고 가정해보자. A기업은 이 100억원을 재무상태표에 단기금융상품으로 인식하고 유동자산에 표시했다. 가장 일반적인 재무제표 작성방법이다. 그런데 B기업은 이 100억원과 다른 기타 계정과목들을 합쳐서 기타금융자산으로 표시한다. 그러면 기타금융자산에는 이렇게 정기예금 같은 항목만 들어갈까? 총자산의 30% 정도를 상장기업 주식과 국공채 등으로 보유한 KCC는 이들 항목을 기타금융자산으로 표시했다. 즉 기타금융자산이라는 계정과목이 누구에게는 예금이고, 다른 누구에게는 주식과 채권이며 또 다른 누구에게는 그 외에 다른 항목들로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아주 쉬운 계정과목조차도 이렇게 기업들마다 표시 방법이 다르다. 재무제표를 활용한 기업 간 비교 분석이 예전보다 많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나의 기업을 분석하려면 재무제표 주석사항까지 쭉 훑어봐야 한다.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재무제표 작성법과 표시방법 관련 사항 등을 강제하지 않고 큰 원칙 안에서 기업들에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들마다 재무제표 모양이 다 다르다. 또한 회계기준이 계속 바뀌고 복잡하다 보니 정보이용자를 위한 재무제표가 아닌 정보제공자인 기업의 실무 편의에 초점을 맞춰 재무제표를 작성한다는 인상도 든다. 우리가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한 이상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결국 정보이용자 입장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복잡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산업 또는 기업 특성에 맞게 양적, 질적으로 중요한 항목들을 재무제표 주석사항까지 체크하며 확인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점차 갖춰 나가기를 권장 드린다.

박동흠 | 현대회계법인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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