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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유시민·박지원, '대북송금' 논쟁… 2003년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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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대북송금 특검' 논란 왜 / "DJ정책 계승 위한 대승적 결단" / 유시민의 방송 인터뷰에서 비롯 / 박지원, "DJ는 수차례 불만 표시" / 盧·文 사과 전력까지 들어 반박

세계일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범(汎)여권에서 때 아닌 ‘대북송금 특검’ 논란이 벌어졌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 시작한 대북송금 특검은 지난 김대중(DJ)정부 시절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심지어 DJ 본인 조사도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노무현 청와대’와 ‘DJ 동교동’ 사이에 매서운 한파를 몰고 온 사안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북송금 특검의 불가피성을 강조하자 DJ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그간 공직선거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등에서 ‘찰떡 공조’를 과시한 범여권의 분열 조짐마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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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송두환 대북송금 사건 특별검사(가운데)가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은 각각 박광빈, 김종훈 특검보. 연합뉴스


◆대북송금 특검, 'DJ의 잘못'인가 '盧의 오버'인가

19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대북송금 특검 논란은 유 이사장이 최근 광주MBC ‘김낙곤의 시사본색 -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년 특집 방송’에 출연해 “대북송금 특검은 DJ의 햇볕정책을 훼손하지 않고 계승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라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유 이사장은 “노 대통령은 고분고분한 후계자가 아니다”며 “DJ를 따라다니며 상속받아 대통령 되신 분이 아니고 때로는 DJ에게 각을 세웠던 분”이라고 했다.

이는 DJ정부 시절의 대북송금 사건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었는데, 노 전 대통령은 DJ의 ‘고분고분한 후계자’가 아니었기에 DJ와 ‘각’을 세우면서까지 이를 바로잡으려 했다는 의미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당장 DJ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DJ는)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불만을 수차 지적하셨다”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통합 당시 (DJ는) 통합의 조건으로 대북송금 특검의 사과를 요구했고 열린우리당은 사과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2012년 대선 때도 문재인 후보께서도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신 바 있다”며 “(DJ의) 햇볕정책을 계승·실천하시는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서도 (범여권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실시는 잘못된 정치적 결정으로 DJ의 ‘불만’이 아주 컸지만, 결국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감내하고 나중에 DJ가 노 전 대통령 측의 ‘사과’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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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친 뒤 전임자인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담소하고 있다. 얼마 뒤 노 대통령은 DJ정부를 겨냥한 대북송금 특검 실시를 결정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특검 "DJ 조사해야" VS 동교동 "막가자는 거냐"

대북송금 사건은 DJ정권 말기인 200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2000년 DJ와 김정일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 성사를 위해 한국 정부가 북한에 4억달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의혹은 같은 취지의 외신 보도가 발단이 됐다.

이듬해 출범한 노무현정부는 당시 야당이던 옛 한나라당 주장을 받아들여 특검 실시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낸 송두환 변호사(훗날 헌법재판관 역임)가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특검 수사로 남북정상회담 직전 남측 밀사였던 박지원 의원,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 DJ정권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당시 대통령으로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직접 지시한 DJ 본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특검팀 안팎에서 제기됐다. 실제로 송 특검은 “DJ도 이 사건과 관련한 출국금지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수사기간을 연장해 DJ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특검팀의 강경론에 동교동은 “막가자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결국 노무현정부가 나서 DJ 측을 달랬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이 불발에 그치며 DJ 조사도 자연스럽게 물건너갔다.

송 특검은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현대가 4억5000만달러를 국정원 계좌로 북한에 송금했고, DJ정부도 1억달러를 정책적으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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