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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경제 현안마다 黨靑의 들러리 '아싸 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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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령탑 실종에 전문가들 우려

추경 등 말 뒤집히기 일쑤, 버스 파업사태선 아무 역할도 못해

靑관료 불신에 실세장관 득세… '존재감 없는 부총리'로 전락

"洪, 정권을 보고 일하면 후회할 것… 국민과 나라경제만 보라"

고용 참사에 이어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투자 실종 등 한국 경제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했지만, 정작 소방수로 나서야 할 '경제 사령탑'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리더십 부재(不在)가 갈수록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각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가 하면, 청와대와 여당이 홍 부총리의 말을 손바닥 뒤집듯 엎고 정반대의 정책을 결정하는 일도 다반사다. 최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버스 총파업 사태 수습 과정에서도 경제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아무 역할을 못 하고 정치인 출신 장관이 이끄는 국토교통부의 들러리만 섰다. 상황이 이렇자 홍 부총리 '패싱론'을 넘어 '아싸(아웃사이더)'라는 조롱 섞인 말까지 나온다.

전직 경제부처 장차관을 지낸 7명에게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한 한국 경제의 위기와 해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이들은 홍 부총리도 문제지만, 말로만 '경제 원톱'이라고 홍 부총리를 추켜세우며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 청와대에도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관료 불신, 컨트롤 타워 부재 불러"

전직 장차관들은 하나같이 "경제부총리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기지 않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문제"라고 했다. A씨는 "과거에는 가령 김장 파동이 났다고 하면 기재부 기획관리실장이 각 부처 담당자를 불러모아 군 병력도 투입하고, 유통 체계에도 직접 개입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청와대가 기재부에 국정 전반에 대한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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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입지가 축소된 것은 관료들에 대한 현 정권의 뿌리 깊은 불신과 진영 논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한결같았다. B씨는 "과거에는 정권이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면 경제 관료들이 나름 경제 논리에 입각해 반박도 하고 저항을 했다. 집권층은 불편해하지만 결국 그 의견을 존중하고 수정하는 선에서 타협을 보곤 했다"고 말했다. B씨는 "하지만 현 정권은 기재부의 경제 논리를 적폐 논리, 부조리한 기득권의 저항이라고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며 "이제는 경제부처 관료들도 자포자기 상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과묵한 홍 부총리의 개인적 성격과 '실세' 장관들의 득세까지 겹치면서 홍 부총리를 '가장 존재감 없는 부총리'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홍 부총리, 쉬운 일 말고 옳은 일 하라"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누가 부총리가 돼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전직 관료들이 적지 않았다. C씨는 "어떻게 해도 현 정부의 경제 기조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 약간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정책실장이 나눈 "공무원들이 말을 안 듣고 엉뚱한 짓을 한다"는 대화가 화제가 됐지만, 공무원들의 사기가 떨어질수록 복지부동(伏地不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직 관료들은 전망했다. D씨는 "청와대가 자주 언론에 노출되고 중심에 설수록 내각의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 의도적으로 내각을 앞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도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 있게 정책을 펴라고 선배들은 당부했다. E씨는 "돈 써서 임시 미봉책을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며 "노동 개혁이나 규제 혁파 등 과거 정부가 못 했던 일들을 해낸다면 훌륭한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F씨는 "홍 부총리와 같이 일도 해봤지만 성실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분"이라며 "국민과 나라 경제를 보고 일을 해야지, 정권을 보고 일하면 나중에 본인도 후회하고 역사의 평가도 다를 것"이라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현재 경제 상황을 알리고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충고도 나왔다. G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당과 다른 부처 장관들을 자주 만나며 스스로 입지를 넓히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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