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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4분기째 어닝쇼크 한국증시…실적 감안하면 美보다 비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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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주당순익, 주요국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 감소 예상
돈 못 버는데 지수 올라 실제로는 한국증시 더 비싸진 셈

한국 상장사들이 지난해 2분기 이후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실적을 고려했을 때 코스피지수가 미국 S&P500보다 오히려 비싸진 상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0.7% 오르는 데 그쳐 6~20% 상승한 글로벌 주요국 증시와 비교하면 부진했지만, 그래도 실적 대비로는 양호한 주가 수준이라는 것이다.

20일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잇따라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S&P500 기업 중 431개 종목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예상치를 상회한 기업이 328개사로 76.1%를 기록했다. 431개사 전체 매출액은 컨센서스(평균 예상치) 대비 1.0% 상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4%, 5.0% 상회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87%의 기업이 실적을 발표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종 결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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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은 2분기 이후 전망치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삼성증권(016360)이 톰슨로이터 정보를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예상치는 올해 들어서만 4.9% 상향 조정됐다. 어닝 서프라이즈는 실제 실적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예상치를 웃도는 것을 말한다. 미국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계속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어 실제 순이익 개선 폭은 예상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은 예상치가 지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는데, 실제 실적도 이를 하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1분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0.16% 늘어났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6.88%, 38.75% 감소했다. 뒷걸음질 칠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나쁘게 나온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대폭 하향 조정된 예상치보다도 3% 넘게 밑돌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반도체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하더라도 상장사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두 회사를 제외해도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5.78%, 12.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종을 제외해도 실적 부진의 골이 다른 나라에 비해 깊은 셈이다. 유틸리티, 정유, 헬스케어 등이 부진했다.

문제는 2분기 이후로도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1분기 실적 시즌 도중에 증권가는 2분기 영업이익, 순이익 예상치를 7%가량 하향 조정했다. 톰슨로이터는 올 한해 한국 기업들의 주당순이익이 19.2%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한국 기업의 주당순이익 하향 조정 폭은 글로벌 주요국 14개국 중 가장 높다. 한국을 제외하면 주당순이익이 10% 이상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 나라는 없었다. 대만 기업들은 실적이 6.2%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고, 타이와 일본이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과 영국도 각각 2.7%, 2.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미국은 4.9%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고, 중국과 인도도 2.8%, 2.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1.7%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0.7% 오르는 데 그쳐 글로벌 증시 중 가장 부진했지만, 실적 대비로는 가장 좋은 주가 움직임을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다. 글로벌와이즈에 따르면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14.07%, 17.80% 올랐고 중국상하이종합과 항셍지수는 15.57%, 8.13%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6.17%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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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선이 지난 7일 기준 주가와 12개월 뒤 주당순이익(EPS) 예상치와의 괴리율을 의미한다. 괴리율이 2011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실적이 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순이익과 주가를 비교하는 주당이익비율(PER)을 보면, 한국은 올해 들어 26.4%나 개선됐다. 지난해 한국 증시는 PER이 계속 10배를 밑돌았는데, 현재는 10.2배를 기록 중이다. 한국의 PER 개선 폭은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높다. 미국은 PER이 고작 9.6% 개선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실적을 기준으로 시장 전망을 예측하는 투자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전반적으로 비관론자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지난 7일 '주인(펀더멘털)을 한참 앞서간 개(주가)'란 제목의 보고서를 쓴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주가는 올랐기 때문에 괴리율이 상당히 높아졌고, 여기에 원화 약세까지 가세하고 있다"면서 "오버슈팅(실제보다 더 오른 것)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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