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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최대 위기 ‘옐로모바일’의 교훈-2~3등 합쳐도 똘똘한 1등 하나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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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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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4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로 평가받았던 옐로모바일.

스타트업 연합이란 명분과 함께 한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지난 몇 년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언젠가부터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으며 지금은 기업 유지 자체가 쉽지 않을 정도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옐로모바일은 인수 대상 스타트업의 지분 취득 대가로 옐로모바일 지분 일부를 나눠 주는 ‘지분 스와프(맞교환)’ 방식을 들고나와 주목받았다. 현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인수합병(M&A)을 이어가 계열사를 늘리는 전략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옐로모바일에 대해 우려와 기대심리가 공존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연이은 실적 하락에 투자자 실망은 커졌고 당장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토록 외쳤던 ‘기업공개(IPO)’가 불가능할 정도로 기업가치는 하락했다. 워낙 많은 계열사가 있는 탓에 내부 분열과 잡음도 끊이지를 않는다. ‘한국형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옐로모바일이 이렇게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성장 멈춘 옐로모바일

▷각종 위기설에 계속되는 잡음

옐로모바일의 전신은 2012년 8월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인 이상혁 대표가 설립한 광고대행사 ‘아이마케팅코리아’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아이마케팅코리아는 원래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과 운영을 대행했다. 2013년 아이마케팅코리아는 옐로모바일로 사명을 바꾸고 단순 마케팅 대행회사에서 벗어나 ‘모바일 벤처 연합’을 표방하며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부족했던 자금은 서로 주식을 교환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면서 피인수 기업을 설득했다. 옐로모바일의 계열사가 급속도로 늘어난 배경이다.

2014년 옐로모바일은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4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IPO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2014년 11월에는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VC)인 포메이션8로부터 1100억원을 투자받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때를 기점으로 옐로모바일 기업가치는 뚝뚝 떨어졌다.

옐로모바일의 가치가 떨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부분도 있지만 경영진이 약속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었다는 게 더 큰 문제로 다가왔다.

옐로모바일 기업가치 논란이 한창 불거졌던 2015년으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옐로모바일 측에서는 끊임없이 “곧 흑자전환이 가능하다” “매출도 곧 늘어나기 시작한다”고 발표하며 투자자를 유혹했다. 2015년 3월 이상혁 대표는 “2015년 매출 6000억원과 영업이익 700억원 이상을 기대한다. 2019년에는 매출 3조원과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약속이 지켜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15년 옐로모바일의 매출은 3181억원에 불과했으며 영업손실은 467억원이었다.

이후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매출은 조금씩 늘었다. 2016년 옐로모바일 매출은 4427억원, 영업손실은 280억원이었다. 옐로모바일 실적이 가장 도드라진 것은 2017년이다. 처음으로 매출 5000억원을 돌파(5105억원)하며 흑자전환(35억원)에 성공했다. 물론 당기순손실(952억원)은 계속됐지만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옐로모바일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매출은 4699억원으로 10% 가까이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318억원으로 2016년보다 실적이 나빠졌다. 이 대표가 목표로 세웠던 ‘올해 매출 3조원, 영업이익 1조원’은 그야말로 허황된 꿈이었다.

▶연이은 송사에 곤혹

▷회계감사 2년 연속 ‘의견거절’

옐로모바일이 시장 참여자로부터 지탄받은 이유는 정체된 실적 때문만이 아니다.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기 시작하면서 ‘옐로모바일은 더 이상 믿지 못할 기업’이란 인식이 확산됐다.

옐로모바일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2016년 하반기부터 본사와 5개 중간지주사, 60개 손자회사로 지배구조 재편에 나섰다. 전체 계열사 숫자도 20개 수준으로 줄이고 핀테크, 블록체인, 헬스케어 등 소위 ‘뜨는 업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계열사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지만 여기까지였다.

특히 2017년 회계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한 것은 신뢰도 하락에 ‘결정타’였다. 당시 삼일 측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장기간 공석이고, 검증을 위한 기본적인 회계자료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 통보를 했다.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옐로모바일은 연결재무제표 감사에서 ‘의견거절’ 통보를 받았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분 거래 관련 약정사항의 완전성·평가 미흡, 주요 부문의 감사 범위 제한, 특수관계자 공시의 감사 증거 부족 등을 의견거절 사유로 제시했다. 계속 자금을 유치해 덩치를 불려야 살아남는 구조였던 옐로모바일로서는 더할 수 없는 악재를 맞이한 셈이다. 2년 연속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 통보를 받으면서 옐로모바일 본사가 당분간 IPO 절차를 밟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기업 인수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M&A가 무산되거나 자회사로부터 금전 문제로 소송을 당하는 등 각종 잡음 또한 끊이지 않았다.

옐로모바일 2018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옐로모바일 본사와 계열사들은 주식 매매대금, 대여금 등 무려 28건의 재무적 소송에 피소됐다. 소송액은 700억원에 육박한다. 투자사 LB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디에스자산운용뿐 아니라 관계사인 코인원까지 옐로모바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안팎으로 신뢰를 잃은 옐로모바일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옐로모바일의 핵심 자회사 옐로오투오그룹(이하 옐로오투오)은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가 제기한 제이티넷 주식 풋옵션 관련 주식 매매대금 소송에서 패소해 100억원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옐로오투오는 지난해 연결감사보고서 기준 옐로모바일 매출의 41%를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다. 옐로모바일이 관계사로부터 피소된 경우도 있다. 데일리금융그룹 자회사 코인원은 옐로모바일에 270억원에 달하는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옐로모바일의 예견된 실패

▷투명하지 않은 정보공개가 문제

옐로모바일이 등장한 시점은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와 앱(응용프로그램) 기반의 스타트업이 쏟아지던 때다. 유망 벤처를 대거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 막강한 ‘모바일 종합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옐로모바일 청사진이었다. 당시에도 지분 교환 방식의 M&A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옐로모바일 사세 확장을 놓고 “사기 같다”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옐로모바일은 사업 초기 유명 벤처캐피털에서 잇따라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며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듯했다.

문제는 옐로모바일이 호언장담하던 벤처 연합의 ‘시너지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케팅 비용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은 쇼핑정보 서비스 ‘쿠차’와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피키캐스트’ 등은 업계 지배사업자에 오르는 데 실패하면서 투자자 평가도 냉담해지기 시작했다.

옐로모바일의 실패는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 분야는 기존 산업과 달리 1등 기업이 수익을 독식하는 특수한 시장이다. 옐로모바일이 보유한 앱이나 서비스는 훌륭했지만 시장에서 2~3위를 차지하는 앱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보유한 앱의 사용자를 모두 합치면 월평균 1000만명(중복 사용자 제외)이 넘는다고 하지만, 이 중 시장을 완전 장악한 서비스는 없다. ‘2~3등 서비스 수십 개를 모은 것보다 훌륭한 1등 아이템 하나가 더 빛나는 것’이 모바일 시장이다.

여기에 배경과 철학이 서로 다른 창업자들이 뒤섞이면서 경영 전략을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옐로모바일이 단기간에 너무 무리한 확장을 이어간 데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뒷말이 많았다”며 “한때 논란이 거셌지만 지금은 아예 관심에서 멀어져버린 모양새”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옐로모바일은 지속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옐로모바일 관계자는 “자산 매각으로 재무구조 역시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어 올해는 회계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투자사의 주식 매매대금 소송 역시 원만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8호 (2019.05.15~2019.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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