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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미·중 갈등 봉합될 것" 한달 뒤 "경제영향 심각"…정부 대응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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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장기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일 소집된 긴급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 전반으로의 파급효과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수단을 강구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홍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과거 발언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그는 1분기 GDP(국내총생산) 마이너스 쇼크에도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으로 본다"면서 경제주체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이날 홍 부총리의 발언은 미·중 무역갈등이 절충점을 찾아 타협할 것이라는 기재부의 종전 대응 기조와도 다른 내용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을 때는 "미·중 무역 갈등이 상당히 봉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비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05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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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등 달라진 대외경제환경을 계기로 금융·실물경제 상황 대응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책의 무게중심을 경제하방 리스크 대응 쪽으로 옮기려 한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우선 지난달 말부터 본격화된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키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전달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부터 60원 가까이 상승하며 달러 당 1200원 턱 밑까지 올라왔으나,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 부총리는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주가, 환율 등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 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금융시장에 지나친 쏠림현상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 적절한 안정조치를 통해 시장안정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홍 부총리의 최근 발언 중 환율과 관련해서는 강도가 가장 센 편이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는 했지만,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미·중 무역갈등, 미국 등 몇몇 국가와 한국과의 경제 격차, 한국 경제가 수출을 포함해 일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게 종합적으로 반영돼서 환율 변동성이 나타났다. (환율이) 시장 흐름에서 결정되는 것도 있지만 일부 급격한 쏠림에 대해서는 정부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한 지난 15일 발언이 대표적이다.

외환시장에선 홍 부총리가 ‘시장안정조치’를 언급한 것에 대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는 걸 막기 위해 강력한 개입 조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홍 부총리의 발언 등에 영향받아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날대비 2.2원 하락한 1193.5원에서 개장했고, 오전 10시20분 현재 1191원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인민은행 등 중국 외환당국이 위안화 절하를 방치하지 않겠다고 구두개입한 것도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째 감소 중인 수출과 관련해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미·중 무역갈등으로 수출이 위축되지 않도록 산업별 대책을 마련하고 무역금융 지원과 병행해 수출시장 및 품목 다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달부터 해외수입자 특별보증, 매출채권 조기 현금화 등 신규 무역금융 5000억원 및 수출마케팅 지원확대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외경제환경 불확실성이 커진만큼 홍 부총리가 실물·금융경제 불안해소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실물·금융 경제의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좀 더 면밀하고 강력하게 상황 대처에 나서겠다는 게 부총리 발언의 의중"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수현 기자(salmon@chosunbiz.com);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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