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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손학규, 당직임명 강행…'당권파 4 : 반대파 5' 파행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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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주헌 , 백지수 기자] [the300](종합)오신환 "날치기 통과"…당권파 "이준석, 술먹고 유세" 감정싸움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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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0일 당 사무총장에 임재훈, 정책위의장에 채이배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당 최고위원회 과반수가 '손학규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임명을 강행해 내홍이 격화될 전망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 등은 즉각 반발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주요당직자 임명을 강행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은 최고위 협의를 거쳐 대표가 임명할 수 있다. 손 대표는 협의사항일 뿐 최고위 의결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당직 인선은 '손 대표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정책위의장에 임명된 채 의원은 손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바른미래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역임했다.

사무총장에 임명된 임 의원은 2월 오세정 의원이 서울대총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비례대표를 승계해 국회에 첫발을 디딘 초선의원이다. 임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기 직전까지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손 대표는 김삼화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수석대변인에 최도자 의원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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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전인 당일 아침 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 당직 임명 의사를 밝히자 오 원내대표를 비롯해 '손학규 퇴진'을 요구하는 최고위원들은 반발했다.

오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 국정현안에 대응해야 하는 자리다. 당헌에 (명시된) 원내기구에 정책위가 포함돼 있는 이유"라며 "그렇다면 정책위의장 임명권을 떠나서라도 원내대표와 의견 조율을 거치는 게 상식이다. 오늘 긴급하게 아침에 갑자기 안건을 상정해서 날치기 통과하려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헌상 최고위 안건을 상정하고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강행하겠다는 건 당헌당규 무시하고 바른미래당을 혼자 운영하려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거론되는 분(채이배 의원)은 당 내홍을 치닫게 한 강제 사보임 당사자다. 더 이상 혼자 당 운영하려 하지 말고 민주적으로 운영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당 주요인사라면 당헌당규 정신대로 충분한 협의를 구한 뒤 안건 상정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절차적 문제에 더 이상 지적이 나오지 않게 당 운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때도 '이것은 통보지 협의가 아니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이번 당직 인선 강행 움직임에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가 "협의했다"고 말하자 권 최고위원은 "당헌에 규정된 최고위 협의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을 정해야 될 것 같다. 최고위에서 의결할 것을 제안한다"고 맞섰다.

김수민 청년최고위원은 "'괜찮을거야, 좋아질거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 '다들 이해할거야' 라는 독단주의, 아집과 고집의 교조주의 등 작금의 당 내홍은 분명히 이 세 개 걸림돌이 가장 큰 이유"라며 손 대표를 비판했다.

최고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는 결국 비공개 회의를 거쳐 당직 인선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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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사진=이동훈 기자



이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은 손 대표가 협의를 진행할 의사가 없고 당헌당규를 지킬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 그 즉시 비공개 회의에서 퇴장했다"며 "여론조사 부정의혹에 대해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긴급안건으로 상정했으나 당 대표가 절차를 거부했다. 따라서 당 대표가 정상적 당무를 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박지원 의원의 막말에 대한 진상조사, 여론조사 의혹 진상조사 등의 안건을 묶어서 최고위 소집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원 3분의 1 이상이 특정안건을 두고 최고위 소집을 요구하면 당대표는 소집해야 한다.

이날 최고위는 '술먹고 유세' 논란까지 번지면서 손학규 옹호파와 반대파의 감정싸움으로 치달았다. 이 최고위원이 최고위 비공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던 중에 임헌경 전 사무부총장은 "지난 4월(재보궐 선거 당시) 창원 지원 유세 와서 술 드시고 지원유세를 하니 당이 지지율이 나오겠나"라고 비판했다.

박명현 당 재외국민위원회 수석부의장과 노영관 당 부대변인도 이 최고위원을 향해 "당이 망가져가고 있는데 최고위에서 국민들이 뭘 원하는지 해주면 (지지율) 10% 올라갈 수 있다", "차에 올라가 술먹고 분명히 연설했다. 최고위원을 걸어라"라고 쏘아붙였다.

이 최고위원은 "술 마시고 지원유세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바른미래당 최고위는 대표를 비롯해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3명, 정책위의장, 청년 최고위원 1명, 지명직 최고위원 2명(대표 임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사무총장은 최고위원은 아니지만, 당 운영 실무책임자 등의 자격으로 최고위에 배석한다.

손 대표는 당 지도부 구성을 재정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강행했지만 최고위에서는 여전히 오 원내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4명(하태경·권은희·이준석·김수민) 등 반대파가 5명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당권파는 손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2명(주승용‧문병호)과 이날 정책위의장에 임명된 채이배 의원 등 총 4명이다.

이날 최고위에 불참한 하태경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그간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셨던 손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협의절차는 깡그리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인사권을 휘두르고 있다" 며 "손 대표의 '최고위원회 무시 인사'는 손 대표께서 그토록 비판하시던 문 대통령의 '국회 무시 인사'와 놀랍도록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헌 , 백지수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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