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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5년만에 복원된 직통전화… 유엔사-북한군 핑크빛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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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통전화 통해 유엔사-북한군 간 소통 / 가족·야구 등 일상적 얘기도

세계일보

“내 여자친구는 한국인이에요”

“우와”

유엔사 소속 미군 장교인 대니얼 맥셰인 중위가 자신의 여자친구에 대해 언급하자 옅은 핑크빛이 감도는 판문점 내 직통전화 너머로 북한 군인이 탄성을 내질렀다. 앞서 이 북한군은 자신에게 아내와 두 아이들이 있다고 소개한 참이었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뒤 북한이 최근 단거리 발사체와 미사일을 발사하며 긴장이 고조됐지만, 유엔사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는 계속 가동돼 왔다. 맥셰인 중위는 “북측 8명의 카운터파트와 충분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야구와 미 메이저리그 팀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 장교의 핑크빛 전화가 북한과 긴장을 낮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판문점 내 직통전화를 통한 유엔사와 북한군 간 소통과 신뢰 쌓기를 집중 조명했다. WSJ에 따르면 북측은 주로 메시지가 없다고 말하지만, 꾸준한 일상적인 소통을 통해 이제는 ‘주변’ 얘기까지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됐다는 것이 유엔사 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한군과 유엔사를 연결하는 직통전화는 지난해 7월 남북, 북·미 간 긴장 완화와 맞물려 복원됐다. 북한이 지난 2013년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면서 유엔사와의 직통전화를 일방적으로 단절한 지 5년 만이다. 유엔사와 북한군은 판문점 남측 유엔사 일직 장교 사무실과 북측 통일각에 각각 놓여 있는 핑크빛 수화기를 통해 이후 약 1년 가까이 매일 오전 9시30분, 오후 3시30분 하루 두 차례 정례적인 전화통화를 이어왔다. 6·25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과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 작업 등 총 164차례의 메시지를 이 직통전화로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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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와 북한군 관계자들은 방문을 통해 몇 차례 대면하기도 했다. 맥셰인 중위는 미군 관계자가 북한군 대령에게 애플 영상통화 서비스 ‘페이스타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자 그는 매우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또 북측 사람들은 유엔사 매점에서 가져온 스낵 도리토스와 초코파이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그들은 자신들의 휴일 만찬 계획을 얘기하고 담배, 위스키에 대한 선호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유엔사와 북한 간 직통전화에 대해 과거 전쟁을 벌였던 양측 사이에서 몇 안 되는 정기적 소통 라인 가운데 하나라면서 최전선의 긴장이 낮춰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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