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버두치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묘사한 지난봄 LA 다저스의 스프링캠프 풍경은 예년과 달랐다. 알렉스 버두고는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했다. 버두고는 가슴과 허리, 엉덩이에 각종 전선을 매달고 스윙을 했다. 담쟁이넝쿨처럼 전선이 버두고의 몸을 감고 있었다. 배팅 케이지 뒤에는 두 명의 기술자가 전선을 통해 전해지는 버두고의 스윙 3D 영상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버두고가 딛고 있는 바닥에는 중력 감지 장치가 달렸다. 버두고의 무게 중심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체크하는 장치다.
불펜에서는 다저스 유망주 투수 더스틴 메이와 토니 건솔린이 투구 훈련을 했다. 등 뒤에는 삼각대 위에 초고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포수 쪽에는 납작한 모양의 레이더 장치가 서 있었다. 투수 코치와 기술자 등 모두 13명이 투구 훈련을 지켜봤다. 이 중 전력분석담당 4명은 태블릿을 들고 투구 결과를 즉시 보여줬다. 구속은 물론이고 수직, 수평의 변화 정도, 공의 회전수, 회전축의 각도, 투구의 경로 등이 상세하게 표시됐다. 코치와 투수들은 이를 투구 내용에 반영했다. 라이브 배팅 훈련에도 4개의 트래킹 장비가 공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체크한다.
측정 기술의 발전이 야구를 바꾸고 있다. 이전에는 사람의 눈으로만 확인하던 선수들의 재능과 기술이 초고속 카메라, 레이더 트래킹 시스템을 통해 상세히 분석된다. 투구의 회전수를 높이고 회전축을 효과적으로 바꾸고 이를 통해 구속을 늘린다. 더욱 효과적이고 강한 힘과 스피드로 상대를 제압한다.
저스틴 벌랜더는 초고속 카메라 분석으로 슬라이더의 릴리스 동작 문제점을 파악했고, 이를 수정한 뒤 다시 최고의 투수로 돌아왔다. 휴스턴으로 이적한 게릿 콜 역시 투심 패스트볼 때문에 포심 패스트볼 회전수가 떨어졌다는 게 분석됐고, 투심을 봉인하고 포심을 강하게 만들었다. 콜 역시 2017년 피츠버그에서 평균자책 4.26을 기록했지만 휴스턴 이적 뒤 지난해 15승5패, 평균자책 2.88을 기록했다.
다저스는 ‘야구의 신기술’에 가장 앞서 있는 팀이다. SI에 따르면 다저스는 연간 2000만달러(약 240억원)를 야구 측정 기술 연구 개발비로 투입한다. 장치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런 일을 하는 전문가를 고용하는 데 드는 돈이다. 아예 전문 기술을 가진 회사에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그런데 류현진은 조금 다르다. 류현진의 올 시즌 포심 패스트볼의 분당 평균 회전수는 2097회로 리그 평균 2284회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하위 12% 수준이다. 그렇다고 구속이 빠른 것도 아니다. 속구 평균 구속은 90.4마일(약 145㎞)로 평균인 93.2마일(약 150㎞)에 못 미친다. 하위 9% 수준밖에 안된다. 구속도 별로, 회전수도 별로인 수준이다. 야구의 최첨단 기술의 세계에서 류현진이 보여주는 ‘측정 숫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류현진의 야구는 클래식하고 아날로그적이며 그래서 레트로 스타일이다. 감정이 배제된 물리학으로 싸우는 대신 타자의 가슴과 승부하는 심리학의 야구다. 구속과 회전수로 타자의 힘과 승부하는 대신 5가지 구종의 완벽한 제구로 타자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야구의 매력은 힘과 스피드가 아니라 멈춰 있는 순간 벌이는 ‘수싸움’이라는 걸, 그 긴장감이 야구를 더욱 멋진 종목으로 만든다는 걸 류현진이 2019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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