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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경사노위, ILO 핵심협약 비준 합의 사실상 불발…“정부가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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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예정된 문 대통령의 ILO 100주년 총회 참석도 빨간불

노동부 “정부 입법안 제출 등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내놓지 못하고 논의를 종결했다. 이제 논의의 공은 정부와 국회로 넘어갔지만 여야 이견이 큰 만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월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ILO 100주년 총회 참석이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경사노위 운영위원회는 20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ILO 협약 비준 논의를 종결하고 향후 본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사실상 ILO 핵심협약 관련 경사노위 차원의 노사정 협상은 종결하겠다는 것이다.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의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7월 의제별 위원회인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를 발족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 논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노사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사정이 추천한 공익위원들이 공통된 의견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의제별 위원회의 논의를 종결한 바 있다. 이에 경사노위는 지난 한 달 동안 노사정 부대표급이 참여하는 운영위 차원의 논의를 계속했지만, 이번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핵심협약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경영계의 요구와 노동계의 반발에 막혀 한 치도 진전되지 못한 것이다. 경영계는 쟁의권 분야 실무 협상부터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폐지 등을 요구해왔다.

절차상으로는 노사정 대표급 협상이 남아 있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노사정 대표급이 참여하는 경사노위 본위원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두고 노동계 계층별 대표들이 반발하면서 2개월째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도 운영위 차원의 본위원회 정상화 방안이 논의됐지만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계층별 대표 3인은 지난 16일에도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만나 탄력근로제 도입 시 미조직 사업장 보호 장치 마련과 경사노위 운영에서 계층별 대표의 참여 확대 등 본위원회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운영위 차원의 결론은 내지 못했지만 계층별 대표와 노사 단체 간의 의견 조정이 상당히 이뤄진 단계로 조만간 본위원회가 정상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본위원회가 정상화될 경우 국회와 정부에 ILO 협약 비준을 권고하는 내용의 합의문 채택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지만 현재는 말 그대로 기대일 뿐이다.

노사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이었던 만큼 그간 노사 협상만 바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비준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중배 전 문화방송 사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시민사회 원로 인사들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 취소 촉구 기자회견에서 “ILO 핵심협약은 해직자나 퇴직자가 노조원이 될 수 없다는 교원노조법이 국제기준에 맞지 않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며 “총회에 가기 전에 (관련 사항을) 깨끗이 청소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안으로 ILO 협약 비준 관련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존 방침과는 달리 좀 더 적극적인 입장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달 안으로 협약 관련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이나 정부 입법안 제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나 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새로운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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