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 풍경. 이제 막 중반을 넘긴 시점인데 한산하다.(글·사진=박미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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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칸 필름마켓(마르셰 뒤 필름)이 미중 무역분쟁에 OTT시장의 성장으로 이중고를 치르면서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칸 필름마켓을 15년째 찾고 있는 국내 A수입사 대표는 20일 프랑스 칸 현지에서 기자와 만나 “중국 바이어들이 마켓에서 손을 떼고 있다”며 “최근 확대되고 있는 미중 관세전쟁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팔레 드 페스티벌 내 중국 부스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다. 어떤 부스는 아예 철수를 했는지 사람은 없고 부스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곳도 있다.
칸 필름마켓은 해마다 1만명 이상이 참가하며 이들을 통해서 4000여편의 영화와 프로젝트가 발굴된다. 칸국제영화제는 큰 장을 세워 비즈니스를 위한 장소나 시설을 빌려주고 그에 따른 부수적 수입을 얻는다. 칸 필름마켓은 초반에만 해도 올해로 60년을 맞은 데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SF 재난 대작 ‘문폴’(MOONFALL)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중심으로 활기를 띄었다. 그러나 자금력을 가진 중국 큰손들이 거래에서 손을 떼면서 활기가 걷히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중국 바이어들의 입장에선 미국과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영화를 사들이는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드 사태 당시 한국영화에 발길을 끊었던 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고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내달 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성 조치를 취하는 등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은 확대되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 시장의 지속적 성장도 칸 필름마켓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OTT 시장은 1위 업체인 넷플릭스에 디즈니, 애플 등도 OTT 사업에 착수하며 점점 더 확장하는 추세다. 이미 유명한 감독과 배우들은 OTT 업체들과 작업 중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등 지난해와 올해 영화제 수상을 휩쓸다시피 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넷플릭스 영화이며, 애플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오프라 윈프리를 내세워 애플TV+의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필름마켓에 참석한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OTT 업체들이 콘텐츠 확보는 물론이고 좋은 감독,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열 올리면서 필름마켓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일부 대작 외에는 매력적인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들려줬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는 또 “예전에는 칸 필름마켓에 모든 영화나 영화 관련 정보 및 비즈니스가 쏠려 있어 칸에 올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서 그런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창구가 많다 보니 꼭 영화제를 찾지 않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3년 전만 해도 필름마켓 국내 참가자가 100명이 넘었는데 올해는 그 수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한국영화는 선전 중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경쟁부문)과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미드나잇스크리닝부문)은 이미 100개국 이상에 팔렸다. 두 영화의 해외 배급 담당자들은 21일과 22일 공식 상영회 이후 더 많은 계약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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