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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누리호 엔진, 레고 맞추듯 정밀조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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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창원공장 가보니

정교한 공정 많아 로봇 투입 곤란

숙련자 1~2명이 석달간 수작업

1600개 부품 중 90%가 국산 기술

중앙일보

지난 16일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75t급 한국형 발사체 KSLV-2를 작업자 2명이 손으로 조립하고 있다. [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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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자 1~2명이 붙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레고’ 조립하듯 작업합니다. 엔진 하나 완성하는 데 3~4개월은 걸리죠.”

지난 16일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방음·방습·방진 경고판이 붙은 공장 안에 작업자 4~5명이 길이 5m에 이르는 로켓엔진 2~3개 앞에서 작업에 한창이었다. 스마트폰 카메라 앞·뒤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이고 들어간 누리호 로켓 엔진 공장 내부는 뜻밖의 모습이었다. 첨단 로켓을 만드는 첨단 로봇 공장일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김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액체엔진개발조립담당(차장)은 “로봇이 하기 힘든 방식으로 조립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로켓 외부에는 무수한 케이블과 절연체, 센서가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기계가 조립할 수 없는 분야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사업장은 국내 유일 가스터빈 항공엔진 개발의 요람이다. 1994년 F-16 전투기 엔진을 조립해 처음으로 출하하고 20여년이 지난 2015년 프랫&휘트니(P&W)와 엔진 국제공동개발사업 계약을 했다. 지금은 11만 4000평 규모의 사업장에서 차세대 항공엔진 립(LEAP) 부품이 제작돼 수출길에 오르고 있다. 기술 없는 조립 하청업체에서 전 세계에 엔진 부품을 개발해 파는 사업장으로 탈바꿈했다.

누리호 로켓 엔진이 대표 사례다. 한국형 발사체(KSLV-2)라는 이름이 붙은 이 엔진은 러시아와 협력해 2009~2013년 3차례 시도 끝에 성공한 나로호와 달리 순수 독자 개발한 발사체다. 지난해 11월 나로우주센터에서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2021년 봄 실제 발사를 위한 엔진 조립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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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부품 신공장에서 로봇이 엔진부품의 표면을 정밀하게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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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t급 엔진 하나에 들어가는 부품은 1600여 개. 직경 3.5m에 높이 5m짜리 엔진의 원통형 몸체를 이어붙이는 작업부터 엔진 외부에 연결되는 각종 센서·케이블·펌프 부품을 사람이 손으로 직접 조립한다. 부품 조립과정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200t에 달하는 로켓을 지표면에서 600~800m 떨어진 고도에 올리기 위해 엔진이 1초에 소비하는 항공유는 약 256L, 3~4개월 동안 제작된 엔진은 약 125초 동안 불타오르는 것을 끝으로 중력을 거슬러 오르는 임무를 완수한다. 김 차장은 “부품 1600여 개 중 90% 이상이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신 항공기·전투기 엔진용 부품 개발에 뛰어들며 고부가가치 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항공기·전투기 엔진 부품은 크게 케이스와 회전체로 나뉘는데 그동안은 케이스 부품 수출에 주력해왔다. 회전체 부품 개발과 제작은 높은 정밀도와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창원 공장 내부에 약 1000억원을 들여 2016년 ‘스마트팩토리’를 설립한 이후 항공기 엔진용 정밀 부품 수주도 날개를 달았다.

지난 1월 미국의 P&W로부터 40년에 걸쳐 약 17억 달러(약 1조 9000억원) 규모의 첨단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권을 따냈다. 최근 5년 동안 GE, P&W,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3대 항공엔진 업체로부터 수주한 금액만 21조원에 이른다. 이 회사 유동완 항공사업본부장은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IBR)와 고압터빈 디스크 등 부가가치가 높은 회전체 부품을 본격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첨단 생산설비를 구축해 이뤄낸 대규모 수주”라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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