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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남이 하면 사법부 독립 침해, 내가 하면 정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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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實名으로 비판 글… 퇴직 석달만에 법무비서관 된 김영식 前판사 염두에 둔 듯

지난 17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임명된 김영식(52)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직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20일 실명으로 법원 게시판에 비판 글을 올렸다. 이창현(47)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관 내부통신망에 올린 '사법부 독립은 그냥 한번 해보는 소리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이 하면 사법부 독립 침해, 내가 하면 정의(인 거냐)"라며 "묵묵히 맡은 일에 충실할 뿐인 대다수의 법관은 마음이 조금 어렵다"고 했다. 이어 "법관이 정치권력 기관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글에는 "공감한다" "글이 무겁게 다가온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부장판사는 특정인을 지칭하진 않았다. 하지만 사실상 지난 2월 퇴직한 지 석 달 만에 법무비서관으로 간 김 비서관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김 비서관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이다. 전임인 김형연 전 법무비서관도 같은 연구회 간사 출신이다. 이들은 법원에 있을 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법부 독립'을 주장했지만 법관 퇴직 직후 청와대로 가 사법부 독립을 해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부장판사가 '남이 하면 사법부 독립 침해, 내가 하면 정의'라고 한 부분은 이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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