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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보험·배송도 하겠다" 카카오페이의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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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자(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설립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종합 금융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톡에서 독립해 별도 앱을 내놓고 결제·송금뿐만 아니라 보험·해외 결제·배송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여 수익성과 편의성을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가진 설립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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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의 광폭 확장이 기존 핀테크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4400만명이 넘게 쓰는 카카오톡에 기반해 간편 결제·송금 시장을 장악해온 카카오가 자산 관리·해외 결제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힐 경우 기존 시장을 개척해왔던 비바리퍼블리카·레이니스트 등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전문 은행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와는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계열사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도 다양한 협업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결합해 기존 금융·핀테크 시장에 판도를 뒤흔들 메기가 된다는 것이다.

◇보험부터 배송까지 통합 금융 서비스

카카오페이는 우선 이달 중 전용 앱을 새로 출시한다. 지금까지는 메신저인 카카오톡 내부의 서비스 중 하나로 제공돼왔지만, 앞으로는 별도 앱으로 독립한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신규 서비스도 대거 내놨다. 대표적인 것이 상반기 중 출시 예정인 배송 서비스다. 중고나라·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서비스는 개인 간 현금 거래·계좌 이체 등으로 결제하고, 택배는 따로 준비해 보내야 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개인 간 결제와 택배 예약 발송 서비스를 카카오페이에 하나로 합쳐 이런 불편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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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가능 범위도 대폭 넓혔다. 계좌 이체 방식만 지원해왔던 오프라인 결제에 신용카드도 추가해 계좌에 돈이 없어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으로 해외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안 발효와 함께 일본에서 먼저 카카오페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올 연말까지 지원 국가를 1~2국 정도 더 늘릴 계획이다.

또 소득·소비·투자·보험 등 개인의 모든 자산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인다. 올 하반기에는 여행자보험·손해보험 등 보험 상품을 간편하게 선택·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카카오페이는 밝혔다.

핀테크 업계에선 카카오페이의 사업 확대가 기존 업체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카카오페이의 새 서비스 대부분이 기존 핀테크 업체들이 제공해왔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기존 업체들이 제공하던 서비스들을 한데 모은 격"이라며 "카카오톡 사용자를 등에 업은 카카오페이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초반에는 상당한 출혈 경쟁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익성 확대도 주력… 카카오의 새 캐시카우 될까

카카오페이는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내부적으로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汚名)을 벗겠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2017년 영업 손실 273억원을 낸 데 이어 작년에는 96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간편 송금·결제 위주로 사용자를 늘리는 데 주력하다 보니 마케팅 비용과 은행들에 지급하는 송금 수수료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배송·보험 판매·금융 투자 같은 서비스는 수익성을 키울 수 있다. 류영준 대표는 "결제 서비스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다면, 금융 사업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엔진"이라며 "앞으로는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재무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올 들어 새로 시작하는 B2B(기업 간 거래)용 소프트웨어 사업과 광고 사업 확대에 이어 금융 서비스에서도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회사의 재무 구조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것만으로도 카카오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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