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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남남북녀 상하이 '아리랑' 협연…"평양·워싱턴 공연 불가능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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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협연 성사시킨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인터뷰

"트럼프 대통령 측근에게도 공연 내용 전달됐다"

중앙일보

원형준(왼쪽) 린덴바움 페스티벌 감독과 북한의 김송미 소프라노가 지난 12일 상하이에서 협연하는 모습. [원형준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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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중국 상하이 동양극장에서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북한의 소프라노 김송미씨로, 노란 옷고름에 빨간 저고리의 고운 한복 차림이었다. 김씨와 함께 이날 나란히 무대에 선 음악인은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린덴바움 페스티벌’ 감독이다. 남남북녀가 중국의 상하이 시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이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4일과 9일 연이어 발사한 직후였다.

원 감독은 20일 본지와 만나 “남북이 이런 식으로 함께 협연한 건 최초일 것”이라며 “공연 나흘 전부터 김송미씨와 함께 리허설을 했는데, 공연 직전까지도 여러 정치적 상황 때문에 우리가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긴장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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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준(왼쪽) 린덴바움 페스티벌 감독과 북한의 김송미 소프라노가 지난 12일 상하이에서 협연하는 모습. [원형준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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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성공이었다. 동양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은 남북 연주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공연을 마친 뒤 원 감독은 관객들로부터 “이런 공연을 보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원 감독이 김송미씨를 외교 채널을 통해 처음 소개받은 건 지난해 4월이다. 남북 문화 교류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자고 합심한 이들은 11월 중국에서 ‘남북 오케스트라 구성과 국제도시 순회 연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상하이 공연은 그 첫 무대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관련 여파로 한국인 연주자가 중국 무대에서 서는 게 사실상 금지돼 있었지만 중국 당국은 이번엔 특별히 허가를 내줬다고 원 감독은 전했다.

원 감독은 “앞으로 워싱턴과 평양, 서울 및 제주 등에서 함께 공연하는 게 꿈이자 목표”라고 설명했다. 원 감독에 따르면 이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근에게도 18일(현지시간)께 보고됐다. 미국 국무부의 차관보급 인사는 원 감독에게 “매우 중요한 첫걸음을 뗀 것을 축하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인사에게도 전달했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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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송미 소프라노가 한복 차림으로 '아리랑'을 열창하고 있다. [원형준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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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도 원 감독과 김씨의 협연엔 호의적인 분위기다. 원 감독은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북ㆍ미 당국 모두 음악을 통한 교류엔 마음이 열려 있다고 본다”며 “남북 및 가능하다면 미국 연주자들이 함께 서울ㆍ평양ㆍ워싱턴에서 공연하는 꿈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올해 34세인 김송미씨는 16세 때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 국비 유학을 갔을 정도로 북한에선 음악 신동으로 꼽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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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준 린덴바움 페스티벌 감독과 김송미 소프라노가 공연 후 중국 상하이 시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카오 펭 지휘자와 악수하는 모습. [원형준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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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감독은 “이번 공연에서 중국 측의 요청으로 레퍼토리가 마지막에 추가됐는데, 김송미씨가 밤을 새워서 가사를 다 외워 악보 없이 완벽한 무대를 꾸몄다”며 “진정한 프로”라고 말했다. 김송미씨는 ‘아리랑’을 부르기 전엔 한복으로 갈아입고 싶다면서 공연의 순서를 바꾸기도 했다. 원 감독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인 만큼 음악으로 남북이 하나 되고 꽉 막힌 북ㆍ미 관계가 뚫리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라고 해도 조금씩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지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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