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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김연철 통일 “배고픈 아이는 정치 모른다”…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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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자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남북관계 복원되도록 노력중"

중앙일보

모두발언하는 김연철 장관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5.21 jieu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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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추진 방침을 재천명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1일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취임 후 첫 통일부 기자간담회에서 “인도적 지원은 정치와 분리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합의”라며 “정부도 이같은 인도주의 기본 원칙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 원칙을 이미 확정했다”며 “안보 상황과 관련없이 인도적 측면에서, 특히 같은 동포로서 검토해야 된다”고 말한 데 이어 실무부처 수장인 김 장관이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김 장관은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알지 못한다’고 말한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레이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에티오피아에 대한 식량 지원을 둘러싸고 미국 내부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고, 정치적 이유로 지원을 하지 않아 엄청난 아사자가 발생했다”며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는 말은 당시 미국 인도적 지원단체의 주장이었고, 그걸 레이건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그 이후 실제로 인도적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합의를 상징하는 말로 사용돼왔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대북) 제재가 인도적 지원단체의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모든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포함돼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이달 초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을 염두한 듯 대북 식량지원 방침만 밝힌 채 각계 각층의 의견수렴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에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남북협력기금 800만 달러(약 95억4500만원) 공여 방안만 우선 발표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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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3월 22일 강원, 경기, 경북등에서 수송된 대북지원 쌀 2천톤이 강원도 동해안에서 남성해운소속 3천 2백톤급 시 아펙스호에 선적되고 있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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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러나 쌀로 대표되는 대북 식량지원을 놓고는 직접 지원과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 방식 등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식량지원 관련 북한의 호응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에 북측이 호응할 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고위급 회담이 결렬된 이후 일체 남측과의 당국 접촉에 나서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경우 자칫 쌀 주려다 뺨맞았다는 역풍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협상은 때가 있다. 서두를 때도 있고, 기다릴 때도 있다"며 "지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내부적으로 상황관리를 하면서 준비할 때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식량지원과 관련해 북측과 접촉이 없었거나, 당국 회담을 진행할 정도로 진전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부는 남북관계가 복원되는 시점까지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에 집중하며 준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 17일 자산점검을 위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가하고, 이 과정에서 미국과 협의를 통해 기업인들의 방북 필요성에 공감토록 설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당국자는 "지난해 첫 정상회담(4월) 때는 오랜기간 대화가 없었고, 대화를 재개하려다보니 특사를 보내 조율한 다음 정상회담을 했다"며 "두 번째(5월) 판문점에서 긴급하게 서로 남북한이 언제든지 필요하면 만날 수 있다는 보여준 정상회담이었다"고 밝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복원 가능성을 남겨뒀다. 이 당국자는 “한·미 간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다양한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며 “다음달 말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남·북·미 3각 대화가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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