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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중국, 화웨이 둘러싼 애국 정서 확산 ‘반미 열풍’으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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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오늘 화웨이폰으로 바꿨다” 선언

곳곳에서 항미 정서 강조한 애국물결 일어

방송에선 한국전쟁 다룬 영화 상영도

일각에선 ’희토류 수출금지’ 보복 주장 나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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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하는 무역전쟁 속에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십자포화를 맞자 중국에서 반미 분위기가 치솟고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21일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뷰에서 “개인과 가족을 희생해가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서겠다는 이상을 키워왔다. 그 이상 때문에 언젠가는 미국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세는 ‘세계 정상’을 뺏기지 않기 위한 탄압 행위라고 비판한 것이다.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거래 제한 조처에, 중국에선 화웨이 스마트폰으로 갈아타자는 애국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1893만여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국장은 20일 “오늘 화웨이 휴대폰으로 바꿨다. 아이폰을 9년 썼고, 애플 불매운동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미국 정부한테 부당하게 탄압 받는 화웨이를 지지하는 행렬에 동참하려는 것뿐”이라고 썼다. 이 글에 21일 오전 현재 4500여개의 지지 댓글이 달렸다.

항일투쟁을 다룬 1960년대 영화에 나오는 곡에 반미 가사를 보탠 ‘무역전쟁’이란 노래는 소셜미디어 웨이신에서 조횟수가 10만이 넘어섰다. “가해자가 감히 싸우려 하면 우리는 그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때릴 것”이라는 식의 가사를 지은 자오량톈은 “지난해 웨이신에 올렸을 때는 빛을 보지 못했는데 최근 갑자기 인기가 치솟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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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매체도 반미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의 영화 전문 채널은 16일 아시아 영화주간 개막식 생중계 대신 “시청자들의 요청”을 이유로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영웅적 아들과 딸>을 내보냈다. 이후로도 매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한국전쟁에서 미군에 맞서 싸운 중국군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를 상영했다. 시청자들은 “우리는 미국이 두렵지 않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는 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일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를 데리고 무역전쟁 재발 이후 첫 지방 시찰에 나섰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장시성 위두의 대장정 출발 기념비에 헌화했다며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중국 지도부가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며 결의를 다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장면이다. 장시성은 희토류 생산 중심지로, 시 주석은 현지 희토류 채굴·가공시설도 둘러봤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산 희토류에는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 관영매체 등에서 “희토류 수출 중단을 보복 카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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