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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이란, 거센 말폭탄…장기간 이란 봉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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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말폭탄 속에서 ‘전쟁 불원’ 메시지

미 노림수는 ‘내부 붕괴’나 이란의 협상 복귀

이란, “대화의 적기 아니다”며 저항 지속 다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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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와 칭기즈칸과 다른 침략자들이 실패한 것을 도널드 트럼프는 성취하려 한다. 침략자들은 사라져갔지만 이란은 천년을 건재하게 서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트위터로 “이란의 공식적 종말”을 경고하자,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20일 트위터로 되받은 말이다. 그는 “미국을 시험하지 말라”는 경고에도 “결코 이란을 협박하지 말라”고 같은 어투로 대응했다.

미국과 이란 지도부의 ‘말 폭탄’ 경쟁이 북핵을 놓고 ‘화염과 분노’가 거론되던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이란이 싸우길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 종말이 될 것”이라는 말로 긴장을 끌어올렸다.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대사관 근처에 로켓탄이 떨어지자 올린 글이다. 그는 20일에도 기자들에게 “이란이 뭔가 저지른다면 아주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그들이 뭔가를 한다면 엄청난 힘에 봉착하게 될 것이지만, 우리는 그들이 그러리라는 조짐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벌한 표현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선제공격 가능성은 거듭 부인하면서 “이란이 준비되면 우리에게 전화할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도 “싸우기를 원치 않는다”고 다시 말했다.

이런 발언들은 ‘이란 위기’가 봉쇄 강화에 본뜻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은 서로 양보를 기다리며 대치전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주도하는 중동평화안 발표가 임박한 상황인 점도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것은 제재 강화를 통한 내부 붕괴나 이란 지도부의 협상 테이블 복귀를 노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봉쇄를 더 강화해 석유 수출을 제로로 만들면 이란 정권이 붕괴되거나 백기투항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란도 거친 표현으로 대응하면서도 위기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 주변으로 돌리는 모습이다. 자리프 장관은 미국 대통령이 “B팀한테 들볶이고 있다”고 했다. ‘B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강한 압박을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름에 B자가 들어가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일컫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의도를 간파한듯, 20일 종교지도자들과의 대화에서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면서도 “지금은 대화할 적기가 아니며, 우리의 선택은 오직 저항뿐”이라고 했다.

이란 정부는 20일 이란 핵협정이 300㎏으로 제한한 농축우라늄 생산을 4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며 미국 등 서방을 압박했다.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백기투항식 협상 복귀는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이란 위기는 장기간의 이란 봉쇄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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