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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공작·사찰 비난” 내부 우려 뭉개고…조현오, 정보경찰 댓글부대 강행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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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내부 보고서 묵살해

검찰, 재판서 관련 문건 공개

위법성 알고도 지시 가능성

경향신문

이명박 정부 시절 조현오 전 경찰청장(64·사진)이 “정보경찰이 댓글에 동원될 경우 공작·사찰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경찰 내부 보고서를 수차례 받고서도 댓글공작을 강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20일 열린 조 전 청장 재판에서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문건들을 공개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부임한 직후 ‘사이버 여론대응팀’(댓글팀)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경기지방경찰청장 재직 시절 조 전 청장은 2009년 ‘쌍용차 사태’ 때 경기청 소속 경찰관 56명으로 비공식 댓글팀을 만들어 쌍용차 노조의 불법·폭력성을 부각시키는 댓글공작을 했는데, 이 같은 댓글공작을 서울청에서도 지시한 것이다.

당시 서울청 윤모 정보관리부 정보2계장은 댓글팀에 대한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조 전 청장에게 보고했다. ‘사이버 여론대응팀 운영방안 검토’ 문건을 보면, 윤 계장은 “사이버 여론대응팀 운영이 내외부적으로 알려질 경우 경찰이 조직적으로 직원들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은 경기도와 달리 대다수 언론 매체들이 집중돼 있어 자칫 전국 이슈화할 우려도 다분하다”고 했다. 이어 “정보 기능에서 사이버 여론대응팀의 운영을 주관할 경우 공작·사찰 이미지와 결합해 언론 등으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면서 “결론적으로 예상 문제점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를 거쳐서 (댓글팀 운영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윤 계장은 검찰 조사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있으니 (댓글팀 운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보고서에 담았는데, 이게 보고서의 결론이었다”고 진술했다.

조 전 청장은 이 같은 우려를 보고받고도 서울청 정보관리부 정보1과 정보4계 산하에 일명 스폴팀(Seoul Police Opinion Leader)이란 이름의 댓글팀을 신설했다.

조 전 청장은 경기청장 재직 시절에도 김모 정보4계장으로부터 “댓글팀 확대 운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받았지만 묵살했다. 검찰 측은 ‘조 전 청장이 댓글공작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이 같은 문건을 제시했다.

조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공작을 총지휘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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