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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경제 ‘원톱’이라더니… 존재감 없는 홍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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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주요 정책 결정할 때마다 배제 / 취임 5개월 넘었지만 제 목소리 못내 / 김동연 전 부총리 이어 ‘패싱’ 논란 확산

세계일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둘러싼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홍 부총리가 존재감을 보이지 않는다는 걸 꼬집는 표현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주요 결정을 내리며 정부를 ‘패싱’하면서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홍 부총리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당청이) 김동연 전 부총리는 패싱하더니, 홍남기 부총리는 ‘아싸’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 의사결정 과정이 청와대와 여당, 몇몇 장관들에 쏠려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기재부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취임 때만 해도 우리 경제를 이끌 ‘컨트롤 타워’로 인정받았다. 김 전 부총리 시절 계속해서 패싱 논란이 일던 터라, 청와대는 홍 부총리를 임명하며 ‘원톱’임을 강조했다.

취임 5개월여가 지났으나 홍 부총리를 ‘원톱’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 경제 관료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

최근 버스파업 사태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홍 부총리는 버스노조 총파업을 이틀 앞두고 노조와 회동했다. “부총리가 나설 상황이 아니다”라는 지적에도 그는 “못 만날 이유가 없다”며 적극 중재에 나섰다. 직후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긴급 녹실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작 경기도 시내버스 요금 인상, 광역버스 준공영제 추진 등을 결정하는 자리에 홍 부총리는 없었다. 대신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민주당 출신 김현미 장관이 당정 긴급 회동을 갖고 결정했다.

세계일보

홍 부총리가 당청으로부터 소외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홍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관련해서도 지난 3월 “편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의 ‘지시’에 발언을 번복해야 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 증권거래세 인하도 정치권 등의 요구에 따라 입장을 바꿔야 했다.

여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기재부가 정부부처의 이해관계 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이런 역할이) 약해진 게 사실”이라며 “정치권에서 입각한 장관들이 총선을 앞두고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홍 부총리가 전면에 나서기는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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