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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檢 과오 인정 성과냈지만 진실규명엔 한계… 위원회·조사단 5월 활동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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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출범… 4차례 기한 연장 / 권위주의 정권 영합 반성 이끌어 / ‘형제복지원’ 수사 축소 밝혀내고 / 김학의·장자연 사건 등 진상조사 / 내주 용산사건 결과 발표만 남아

세계일보

검찰은 권위주의 시절 공권력을 남용해 국민 기본권을 현저하게 침해한 군·경찰과 달리 과거사를 사과하지 않은 유일한 권력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기조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각종 권고를 적극 수용하며 뒤집혔다. 민주화 이후에도 자신들 과오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없던 검찰 태도를 변화시킨 데 크게 기여한 두 기관이 오는 31일 활동을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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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문준영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위원이 ''장자연 사건'' 관련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출범한 과거사위와 조사단 활동이 오는 31일 종료된다. 애초 두 기관은 6개월간 각종 사건 진상 조사를 한 뒤 지난해 8월 활동을 마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과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 전모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4차례에 걸쳐 활동 기간이 연장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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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와 조사단의 가장 큰 성과로는 검찰이 권위주의 정권에 영합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하거나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 방법으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게 했다는 점이 꼽힌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10월 ‘한국판 아우슈비츠 사건’으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검찰이 고의로 수사를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총장이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이를 받아들인 문 총장은 이 사건 피해자 30명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인권침해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며 눈물로 사과했다. 아울러 문 총장은 이 사건 확정판결에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며 대법원에 ‘비상 상고’를 신청했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국민에게 신뢰를 많이 잃은 만큼 이를 회복하기 위해 권고 사항을 경청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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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오른쪽)이 지난해 11월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1980년대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한 과거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1987년 부랑자와 장애인 등 3000여명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불법 감금 및 폭행, 강제 노역시킨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이다. 박인근(2016년 사망) 당시 형제복지원장은 전두환정권의 비호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지휘부는 이 사건을 인지 수사하던 김용원 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현 변호사)에게 수사 축소를 지시하는 등 압박을 가해 박 원장이 가벼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도록 도왔다. 검찰이 공익 수호자로서의 사명을 스스로 팽개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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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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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차관을 둘러싼 성 접대 의혹을 검찰에 재수사하라고 권고한 데 이어 장자연씨의 사망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대부분 사건의 진상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완성 여부 등 이슈가 제기되며 재수사 권고를 두고 위원들 간 마찰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위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1월 서울 용산구의 남일당 건물에서 철거민과 경찰의 대치 과정 속에 벌어진 ‘용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당했는지를 조사하는 일만 남은 상태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수사 검사 등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다음 주 이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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