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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사설] 미·중 기술패권 전쟁 틈바구니서 어떻게 살아남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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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텔, 퀄컴, 자일링스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달아 중국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미·중 기술패권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미국 정보통신기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데 따른 조치다.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화웨이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플레이스토어, G메일, 유튜브 등을 사용할 수 없고, 인텔과 퀄컴의 스마트폰 프로그램 구동 반도체(AP)와 통신칩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치명적이다.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17.9%를 점유한 화웨이의 수출은 1억대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안보 위협을 제기하며 화웨이 주력 사업인 5G 장비 보이콧에 나선 데 이어 스마트폰 사업 숨통까지 조이고 나선 것이니 화웨이로선 사면초가나 다름없다.

미국 제재에 중국이 희토류 대미 수출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고,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을 맹비난하며 '아이폰 불매 운동'으로 보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다.

미·중 무역갈등의 핵심은 처음부터 미래 기술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의 문제였기 때문에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치킨게임을 방불케 하는 기술패권 전쟁은 우리에게 큰 파장을 미칠 게 틀림없다. 구글과 인텔의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에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우리 수출에서 중국(26.8%)과 미국(12.1%)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갈등 장기화는 우리에게도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니 더욱 곤란한 처지가 됐다.

그렇다면 미·중 기술패권 전쟁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는 미국의 '화웨이 금지령'에 대해 "화웨이의 5G는 절대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이 우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도 했는데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다. 화웨이 본사가 있는 선전은 스타트업들의 요람이라고 할 만큼 기술 혁신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곳이다. 마침 매일경제가 개최한 선전·홍콩포럼은 중국의 이런 혁신 생태계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리콘밸리와 선전에 뒤지지 않는 혁신 역량을 키우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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