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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5월27일 옛 전남도청 앞, 35년간 차린 새벽 제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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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시민 진압 그날, 스러진 희생자들 기려

“살아남은 죄책감에…” 생존자들 마음 빚 갚기

경향신문

5·18민중항쟁동지 상조회가 2017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 차린 제사상.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작전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영령들을 위로하는 의미로 계엄군 진압작전이 끝난 오전 6시에 제사를 지낸다. 박영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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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의 전남도청 진압작전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제사’가 매년 5월27일 새벽에 치러지고 있다. 올해로 35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제사의 제사상은 당시 도청에서 살아남은 5·18 최후의 생존자들도 참여해 차리고 있다.

5·18민중항쟁동지 상조회는 21일 “오는 27일 오전 6시 옛 전남도청 1층 현관에서 당시 도청에서 숨진 영령들을 기리는 제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5·18민중항쟁동지 상조회에는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끝까지 맞선 사람들과 구속자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1984년부터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완료된 시각인 5월27일 오전 6시 도청 현관에 제사상을 차리고 있다. 5월27일 새벽 계엄군은 공수부대에서 선발한 특공조를 투입, 옛 전남도청을 지키던 시민들을 유혈 진압했다. 이 작전으로 열흘간의 5·18민주화운동도 막을 내렸다.

한밤중 시작돼 동트기 전 완료된 계엄군의 진압작전으로 도청에서만 17명의 시민이 사망하는 등 이날 모두 26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200여명이 넘는 시민들도 현장에서 계엄군에 붙잡혀 큰 고초를 겪었다.

죽음 앞에서 살아남은 것은 ‘운’이었지만 생존자들은 죽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제사상을 차리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덜고 있다. 제사에는 지금도 20여명의 5·18 생존자들이 참석한다.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오전 6시에 제사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이 같은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도청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매년 5월27일 낮 5·18 공식 기념행사의 일환인 ‘부활제’에 차려지는 제사상과도 다르다.

계엄군 진압 당시 도청에 남아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라는 마지막 방송을 했던 박영순씨(61)도 제사에 참석하고 있다. 박씨는 “그동안 ‘내 방송을 듣고 시민들이 도청으로 찾아와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도 많이 했다”면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먼저 가신 임들의 넋을 기리는 제사상을 차리는 것으로 조금은 덜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5·18 제사’에는 올해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동 5·18민중항쟁동지 상조회장(65)은 “동지들의 뜻을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이 사망한 시간에 제사를 지내게 됐다”면서 “그동안에는 회원들끼리 진행했는데 올해부터는 다른 사람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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