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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美 청소년 흡연율 두배 높인 '쥴' 24일 국내 상륙...정부는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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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형태 전자담배 ‘쥴’ 24일부터 한국 판매
휴대 편리해 美 출시후 청소년 흡연율 두배 증가
학부모 ‘우려’...정부 "현행 법상 판매제한 못해"

액상형 전자담배 ‘쥴’이 이달 말부터 국내 편의점 등에서 판매를 개시함에 따라 청소년 금연 정책에 비상이 걸렸다. 쥴은 액상형 전자담배로 냄새가 없고 외형도 USB 형태로 휴대가 편리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조선비즈

켄 비숍 쥴 랩스 아시아지역 부사장




미국 전자담배업체 쥴랩스는 22일 ‘쥴 디바이스’와 액상 카트리지 ‘팟’의 국내 판매를 이달 24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쥴은 2015년 미국에서 첫 출시된 액상형 전자담배다. USB 모양의 디바이스에 액상 카트리지인 팟을 끼워서 피우는 방식이다. 디바이스 가격은 3만9000원, 팟 가격은 4500원이다. 팟 1개에 담배 한 갑 분량의 니코틴이 들어있어 흡연자들의 니코틴 흡입량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정부와 금연 단체들은 쥴의 국내 상륙으로 청소년 흡연율이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쥴은 USB 형태라 교복 등에 자연스럽게 휴대하기 쉽고, 냄새가 없는데다 가격도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 대비 절반 이상 저렴해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선 청소년들이 수업시간 중 교실 등에서 쥴을 피워 논란이 될 정도였다. 미국 고교생 흡연율도 2017년 11.7%에서 2018년 20.8%로 1년만에 두배 가량 늘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9월 미성년자의 전자담배 판매를 막지 않으면 전면 판매 금지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쥴 랩스에 통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청소년 흡연율이 높아져도 쥴의 판매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 수입 절차도 까다롭지 않아 한국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기준(니코틴 함량 2% 이하)을 맞춰 사업 소재지인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하면 수입 판매가 가능하다. 쥴 랩스는 올해 초 서울특별시에 수입 판매 등록을 마쳤다.

법 개정 없이는 수입 판매 중인 전자담배의 판매를 제한하는 조치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전자담배가 청소년에게 판매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하고, 혐오그림을 전자담배까지 넣는 방식 등으로 대응할 순 있지만 판매 자체를 금지시킬 권한은 없다"고 했다. 조현진 기획재정부 출자관리과장은 "수입 판매중인 담배의 판매 제한은 법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편의점 판매 제한의 경우 각 지자체에서 조례 등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안다"고 했다.

최예지 경실련 사회정책실 팀장은 "금연 정책이 성공하려면 청소년 흡연율을 잡는 것이 관건인데 무방비 상태에서 쥴이 국내에 상륙했고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홍관 한국금연협의회 회장은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처럼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고 니코틴 흡입량이 더 많아 중독성이 강해 건강에 유해하다"며 "유해하지 않다는 것은 담배회사의 광고일 뿐이다"라고 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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