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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23일 EU의회 선거…유럽통합 깨려는 극우바람 막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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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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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냐 분열이냐.

유럽 국민의 선택이 시작됐다. 유럽연합(EU)의 미래를 결정지을 유럽의회 선거가 23~26일 치러진다. '하나의 유럽'이라는 가치를 지키려는 세력과 EU 회의론자인 극우·포퓰리스트 세력 간 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EU 분열의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어 유럽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이어 EU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유럽은 존재론적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번이 1979년 이래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밝혔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확산을 막아 유럽의 균열을 막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 뜻대로 선거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프랑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이 마크롱 대통령의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를 근소한 차로 앞서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이 프랑스 파리에 머물며 르펜 대표 지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을 분열시키려는 세력이 배넌 같은 외국 세력과 결탁하고 있다"며 "그들의 목적은 유럽의 해체"라고 비난했다.

실제 최근 유럽 각국 선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중도 세력의 부진과 극우·포퓰리스트 정당의 약진이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반(反)난민 정서를 등에 업은 극우 성향 포퓰리스트 정당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유럽 통합을 주도해 온 중도 정치 세력의 점유율이 1979년 첫 유럽의회 선거 이후 처음으로 절반 이하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극우 성향 정당들은 선거 과정에서 EU 해체까지 주장해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EU의 미래가 풍전등화에 놓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가 극우 포퓰리즘의 화력을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분노와 국가주의를 부르짖는 포퓰리스트들과 현 상태를 유지하라고 다독이는 주류 리더들이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유럽의회 내 1·2위 정치그룹인 유럽국민당그룹(EPP)과 사회민주진보동맹(S&D)은 합쳐서 유럽의회 과반을 차지하면서 지난 5년간 EU 정책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집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정치그룹이 합쳐도 323석에 그쳐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다른 정치그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반면 프랑스 국민연합(RN), 이탈리아 동맹당,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이 속한 반EU 성향의 유럽보수개혁그룹(ECR), 자유와 직접민주주의(EFDD), 유럽민족자유(ENF) 등 세 정치그룹은 최대 193석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이들 정치그룹이 주요 결정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의미다.

변수는 오스트리아다.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을 이끈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가 러시아와 부당 거래를 하는 부패 의혹 동영상이 폭로돼 전격 사퇴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가 유럽 극우 정치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심이 확산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와 유럽 극우 진영의 결탁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향방에도 이번 선거 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P통신은 이번 선거를 미니 브렉시트 국민투표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을 주도했던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 대표가 주축이 돼 창당한 브렉시트당이 보수당과 노동당을 넘는 지지를 얻게 된다면 영국 민심에 대한 확인과 함께 브렉시트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도 폭증하고 있다. 이날 BBC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온라인에서 인종과 관련해 분열을 강조하는 언사와 사실을 기반하지 않은 온라인 기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언급되는 뉴스 중 4%가 출처가 불분명한 가짜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를 통해 EU 28개 회원국 유권자 4억2700만명이 의원 751명을 선출한다. 각국 의원 수는 인구 비례를 고려해 결정됐다. EU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독일에 할당된 의원 수가 96명으로 가장 많다. 그 뒤를 이어 프랑스 74명, 영국·이탈리아 각각 73명, 스페인 54명, 폴란드 51명 등이다.

EU 회원국은 자국에 할당된 유럽의회 의원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선출한다. 투표 후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결정되고, 정당·계파 명부 순위에 따라 당선자가 확정되는 식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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