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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칸을 웃기고 놀라게 한 봉준호… 기립박수가 9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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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영화제 - 베일 벗은 봉준호 新作 '기생충'

'전원 백수' 4인 가족의 이야기… 웃음·긴장감으로 계급 갈등 그려

조선일보

'봉준호가 돌아왔다. 가장 뛰어난 형태로!'(미국 영화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기생충'이 지난 21일(현지 시각) 밤 10시 제72회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러닝 타임 131분 동안 객석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뤼미에르 대극장을 채운 2000여 관객은 밤늦은 시간에도 영화가 시작되자 속절없이 이야기에 빨려들었다. 유머 넘치는 대사엔 박수를 치며 크게 웃었고, 연결고리가 착착 맞아떨어지는 장면에선 환호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영화가 끝나자 9분 넘도록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과 '설국열차' '옥자'를 찍은 배우 틸다 스윈턴도 오래도록 박수를 쳤다. 박수 세례가 좀처럼 그치지 않자 티에리 프리모 영화제 위원장이 이를 멈추려는 듯 감독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생큐, 생큐 포 커밍.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갑시다."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이정은·장혜진은 감격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피부 깊숙이 들어와 박히는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전작 '괴물'이나 '마더' 같은 영화보다 쉽고 명징하다. 기태(송강호)와 그 자식들은 모두 직업 없이 반지하 셋방에 산다. 장남 기우(최우식)는 IT 기업 CEO인 박 사장(이선균) 집에 명문대생을 사칭해 고액 과외 선생으로 면접을 보러 간다. 박 사장 집 사람들은 이후 뜻밖의 일들을 연달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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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칸영화제에서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한 장면. 기태(왼쪽에서 둘째)와 식구들은 변변한 직업 하나 없이 반지하 셋방에서 근근이 살아간다. 장남 기우(맨 왼쪽)는 그러던 어느 날 “고액 과외 선생으로 취직해 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는다.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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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각본을 썼던 봉 감독 특유의 리듬감 있는 대사가 찰떡처럼 붙는 데다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깎아놓은 얼음처럼 매끄럽다. 명확한 공간 대비, 물과 빛처럼 근원적인 이미지를 통해 계급 갈등과 충돌이라는 주제를 강렬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선 '설국열차'와 닮았다. 영화의 핵심 주제를 배우들 대사를 통해 설명적으로 풀어낸 점, 해석이 분분할 수 있는 은유 장면이 거의 없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강렬하게 관객을 휘감는 작품이란 점에선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가디언지는 '덩굴손처럼 깊숙이 박히는 영화'라고 했고, 영화비평 웹진 인디와이어는 '봉준호는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썼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역시 '피부 아래 파고들어 이빨을 박아 넣는다'고 했다. 가디언지와 텔레그래프지는 둘 다 별 4개(5개 만점)를 준 상태. 프랑스 잡지 '르 필름 프랑세즈'도 황금가지종려 마크 3개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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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은·조여정·이선균과 봉준호 감독(왼쪽부터)은 21일 ‘기생충’ 공식 시사가 끝나고 쏟아지는 기립박수에 벅찬 표정을 지었다.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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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가능성 있을까

올해 칸영화제에서 이날까지 공개된 경쟁작은 21편 중 15편. 켄 로치나 짐 자무시, 테런스 맬릭 같은 거장들 작품이 여럿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페인 앤 글로리'와 여성 감독의 영화 한두 편을 제외하면 예년보다 화제작이 많지 않다. '기생충'과 같은 날 공식 시사를 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유독 관심이 쏠렸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베일을 벗은 '기생충'은 칸영화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란드 출신 바이어인 구텍 필름의 야쿱 두즈닌스키는 "칸영화제에서 이렇게 많이 웃고 긴장시키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라고 했다.

칸영화제가 단순히 탐미적인 작품을 넘어 사회문제를 발언하는 영화에 상을 주는 쪽이었다는 점에서도 일부에선 수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봉준호는 정치·사회적 은유를 녹일 줄 아는 필름 메이커'라고 썼다. 수상작은 오는 25일 오후 발표된다.

[포토]봉준호, 제대로 터졌다…칸서 공개된 '기생충' 8분 기립박수

[칸=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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