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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분명히 지하인데 지상으로 믿고 싶어지는 ‘반지하’ 한국만 있는 공간 활용…우린 ‘계단 영화’라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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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기자간담회

경향신문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기생충> 공식 상영 뒤 봉준호 감독(오른쪽에서 세번째)과 배우 송강호 등 제작진이 기립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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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시사회 8분간 기립박수

“상영작 중 최고” 잇단 호평

수상 가능성 높게 점쳐져


“(계급·계층 구분을 표현할 때 계단 같은) 수직적 공간을 활용한 영화는 그동안 서구에도 많았다. 이 영화에는 한국에만 있는 반지하라는 공간이 나온다. 불어·영어 자막을 만들 때 반지하에 해당하는 정확한 단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반지하는 독특하다. 분명히 지하인데 지상으로 믿고 싶어지는 공간이다. 영화는 반지하 집에 햇살이 드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런 공간은 서구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기생충>으로 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50)은 22일(현지시간) 팔레 드 페스티벌 3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설국열차>가 계급·계층 간 갈등을 수평적으로 풀어냈다면 <기생충>은 수직적으로 풀어낸 것이냐’는 기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기생충>은 서민층인 기택(송강호)과 부유층인 박 사장(이선균) 두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봉 감독은 “이야기의 90%가 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2층, 1층, 지하로 구성된 박 사장 집이 수직적으로 나누어져 있고 계단 장면이 많아 저나 스태프들은 (별칭으로) ‘계단 영화’라고 부르기도 했다. 계단을 영화에 잘 활용하신 김기영 감독의 <하녀> <충녀>를 다시 보면서 그의 ‘계단 기운’을 받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장르를 구분하자면 전반적으로 블랙코미디이지만, 스릴러 못지않은 긴장감도 준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한 영화 속에서 장르를 확확 바꾸는 것을 미리 설정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만드는 제 입장에서는 여기부터 공포고 여기부터 코미디라고 의식하지 못한다. 만들고 나서 ‘이 장면 무섭긴 하구나’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만들 때 의식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기생충> 상영표를 구하려는 이들이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뤼미에르 대극장 앞에서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김경학 기자


봉 감독과 4번째 영화 작업을 같이한 배우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은 작가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을 매 작품을 통해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기생충>이 예술가 봉준호의 진화이자 한국 영화의 성숙도를 잘 표현한 것 같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 감독 영화에 처음 출연한 배우 이선균은 “봉준호의 아름다운 패키지 여행처럼 느껴졌다. 연기할 때 쉽게 안내해주는 가이드가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됐다. 거장이시라 긴장되고 떨렸는데 촬영 몇 회차 만에 그냥 영화 잘 찍는 동네 형처럼 느껴졌다. 행복했다”고 말했다.

전날 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회는 관객과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층까지 총 2300여석을 채운 관객들은 영화가 자정이 넘어 끝났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고 약 8분간 기립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봉 감독은 “칸에서 기립 박수는 늘 다 있는 거니까 우리가 굳이 분과 초를 잴 필요 있나 싶다. 다만 틸다 스윈턴 등 많은 동료들이 상영을 축하해 줘 좋았다”고 말했다.

칸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인 크리스티앙 쥰은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12번째 칸을 방문하고 있는 영화제작사 ALIGN 부사장 마틴 메츠는 “이날까지 상영된 올해 경쟁부문 초청작 중에서 <기생충>이 최고였고, 지난 12년간 내가 칸에서 본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들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는 평이 많은 가운데 나온 호평이라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주요 수상작은 25일 폐막식 때 발표된다.

칸 |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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