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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의대 입시 부정·시험지 유출…겹악재 터진 인도 교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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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점 만점 학생 67명이나 나와

NEET-UG 부정행위 혐의 입건자 총 18명

경향신문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수험생들이 교수자격시험(UGC-NET) 취소를 결정한 교육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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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국가 주관 시험의 조직적인 시험지 유출과 대리 시험 등 부정행위와 관리 부실 문제가 연이어 터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인도 정부는 시험 취소, 재시험, 시험 연기로 대응했으나 수험생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24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TOI) 등에 따르면, 인도 연방 교육부는 이날 의과대학 입학시험(NEET-UG)의 모든 부정행위 혐의를 조사하라고 중앙수사국(CBI)에 요청했다. 구자라트주를 비롯한 몇몇 주 정부도 경찰에 접수된 NEET-UG 관련 사건을 CBI에 이관하라고 통지했다. 또한 교육부는 국가시험원(NTA)의 기능을 검토하고 시험 개혁을 검토하기 위한 고위급 회의를 마련했다.

인도 당국은 올해 치른 NEET-UG에서 고득점자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온 사태를 조사하고 있다. 응시자 240만명 중 720점 만점에 해당하는 학생이 67명이나 나온 것이다. NEET-UG가 도입된 2016년 이래 만점자는 매년 1~3명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결과다.

그러면서 각종 부정 의혹이 불거졌다. 올해는 복수 정답과 몇몇 시험장의 지연 문제로 1563명에게 ‘보상 점수’가 주어졌는데, 만점자 67명 중 50명이 이 점수로 만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수험생들이 불공정하다는 취지로 탄원서를 제출해 대법원이 보상 점수 부여 취소 결정을 내렸다. 지연 피해를 본 수험생들의 재시험은 23일 치러졌다.

이 밖에도 부정행위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한 갱단은 시험 하루 전 휴대전화로 NEET-UG 답이 적힌 시험지를 PDF 형식으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직은 여러 주에 걸쳐 시험지 유출을 조율했으며 비밀리에 모인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인쇄해줬다. 경찰은 이들의 은신처에서 일부가 불에 탄 시험지를 발견했으며, 이들이 한 사립학교에서 시험지를 입수했다고 봤다. 이 같은 유출을 비롯해 대리 시험 등 NEET-UG 부정행위 혐의로 입건된 이는 현재까지 총 18명이다.

경향신문

인도 경찰관들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뭄바이에서 의과대학 입학시험(NEET-UG)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는 한 정당 관계자를 붙잡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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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지난 19일엔 교수자격시험(UGC-NET) 시험지가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야만 접속 가능한 사이트)에 유출된 것이 확인돼 시험이 취소됐다. 시험을 치른 다음 날 다크웹에서 시험지가 돌아다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시험은 조교수, 연구원, 박사과정 입학 자격 등을 위해 1년에 두 차례 치르며, NEET-UG와 마찬가지로 NTA가 주관한다. 경찰은 시험지 유출과 연관된 응시생 등 13명을 체포했다.

이처럼 연이은 시험 관리 실패 탓에 인도 정부는 당초 23일 치를 예정이던 의과대학원 입학시험(NEET-PG)을 연기했다. 인도 정부는 “시험의 청렴성에 관한 일련의 사건을 고려해, 이 시험 절차를 철저히 평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 시험 날짜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연기 소식이 시험 하루 전인 지난 22일 저녁에 발표하면서 수험생들의 좌절과 분노가 일어나고 힌두스탄타임스는 전했다. 수험생 대부분이 이미 배정된 고사장 인근에 도착한 상황이라 허탈감은 더 커졌다. 한 수험생은 “시험을 위해 가족과 함께 200㎞를 왔는데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됐다”고 밝혔다.

인도는 2015년에도 의과대학 입시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적발돼 시험 결과가 전면 취소되고 63만명이 재시험을 치른 적 있다. 당시에는 시험지 유출뿐만 아니라 고사장에서 소형 블루투스 이어폰을 이용해 조직적인 커닝을 벌인 행각이 여러 건 적발됐다.

인도는 교육열이 뜨거운 만큼 입시도 과열돼 부작용이 빈번히 보도된다. 특히 공대와 의대 입시가 치열하다. BBC에 따르면 대표적 학원가로 꼽히는 코타 지역에서 20만명 이상이 호스텔을 비롯한 임대 숙소에서 생활한다. 자녀의 명문대 합격을 위해 온 가족의 자원이 투입되는 구조 탓에, 입시에 실패하거나 부담을 느낀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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