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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분수대] 참 희한한 여론조사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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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얼마 전 호주 총선에서 출구조사가 틀렸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이렇게 여길 수도 있겠다. “어디서나 여론조사가 별로구나.” 현상적으론 그럴 수 있다. 우린 그러나 더 못한 상황이다. 최근 조사 설문을 두고 말이 많은데, 설령 설문을 제대로 설계했다고 해도 한계가 적지 않다.

비교 사례가 있다. 2017년 9월 우리나라에서 전무후무하게 공력과 돈을 들여 여론조사의 정석을 지킨 조사가 이뤄졌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조사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조사대상(표본)을 선정했고 이들이 응답할 때까지 연락했다. 당시 정당지지도도 물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39.6%였다. 여느 조사들에선 50%대였다. 어느 쪽이 맞겠는가, 불문가지다. 실제로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여느 조사업체들이 100번에 5번 나올까 말까 하다고 봤던 결과들이 다수 있었다. 민주당이 절대우세여서 그 결과들이 가려졌을 뿐이다.

지금도 유사할 것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모를 뿐이다. 서구의 공신력 있는 조사와 달리 응답률이 지나치게 낮고 표본을 제대로 추출했다는 주장만 있을 뿐, 외부에서 검증한 바 없기 때문이다.

급기야 한 업체가 1주일 만에 여야 지지율 격차가 1.6%포인트에서 13.1%포인트로 늘어난 결과를 내놓기까지 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나도 정당 소속감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정치학 교과서를 뒤집는 내용이다. 부지불식 간에 워터게이트급 사건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한 정치학자는 1년여 전 “여론조사의 품질이 낮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 특별한 무게를 두지 말란 의미다. 그런데도 우린 계속 여론조사에 과도하게 의존한다. 조사를 튼실하게 할 논의 대신 여든 야든 업체든 정치 공방만 벌인다. 참으로 부박(浮薄)하다.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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