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國歌) '의용군 행진곡' [바이두 화면 캡처]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자 중국에서 주요 방송에 때아닌 국가(國歌)가 울려 퍼지는 등 애국심을 통해 반미 의식을 고취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한,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맞서 중국에서는 미국산 불매 운동에 이어 미국을 비난하는 고사성어 풀이까지 나오는 등 온·오프라인을 통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23일 오전 7시(현지시간) 뉴스가 시작되자 아나운서들의 인사 뒤에 곧바로 중국의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이 방영됐다.

이는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이 신중국 창립 70주년을 경축한다는 명분으로 '나와 나의 조국' 선전전 차원에서 관영 방송국에 올해 말까지 매일 오전 국가를 틀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주요 방송 시작에 앞서 갑자기 의용군행진곡이 나온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면서 "그만큼 중국 지도부로서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민심의 동요를 우려해 애국심 고양에 매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중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나와 조국이 함께 자라다'는 주제로 애국주의 교육에도 돌입했다.

항일 전쟁 영화 갱도전(地道戰 땅굴을 이용하여 벌이는 전투)의 주제곡에 미·중 무역 전쟁 내용을 넣어 개사한 노래도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얻어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조회 수가 10만건을 넘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는 최근 애플 아이폰을 시작으로 KFC나 맥도날드, 미국산 자동차를 이용하지 말고 미국 여행도 가지 말자는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中매체, 미중 무역 분쟁에 '강퍅자용'이라 미국 비난 [신화망 화면 캡처]

관영 신화통신도 미국을 비난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배우는 고사성어' 코너를 마련, 자기주장만 고집하며 제멋대로 한다는 의미의 '강퍅자용(剛愎自用)'을 소개했다.

신화통신은 "미국이 도발한 대중 무역 분쟁은 미국의 농가와 기업, 소비자 그리고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혔고 자국의 명예를 실추시켰는데 미국 정책 결정자들은 강퍅자용하면서 귀를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통신은 "추가 관세로 중미 무역 분쟁을 해결하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카드를 꺼낸 것으로 양 국민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다"면서 "미국이 '현애늑마(懸崖勒馬 낭떠러지에 이르러 말고삐를 잡아채야 한다)'해 잘못된 길에 더 멀리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현애늑마'는 2016년 사드 갈등 당시 중국정부가 한국정부에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할 때 썼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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