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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3400억 대구함, 5개월만에 고장…"함장, 운항 실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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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함장은 "주기관 반응 느려 안전 항해 지장 초래" 해군총장에 공문 보내기도

조선일보

대구함./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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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최신예 호위함 대구함(2800t)이 전력화 5개월 만에 운용 중단된 것은 '해군의 운용 미숙' 때문으로 결론났다. 해군이 함정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뜻이다.

해군은 23일 "국방기술품질원 주관으로 해군, 방위사업청, 제작사 등이 대구함 추진계통 손상 원인 규명을 위해 현장실사, 정박 시운전, 항해 시운전 등을 실시했고, 지난 20일 기품원은 해군과 방사청에 '사용자 운용 미흡'으로 결과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작년 9월 전력화된 신형 호위함 대구함은 우리 군이 3400여억원을 들여 건조했다. 차기 호위함 중 첫 번째로 전력화된 선도함이다. 종전 호위함·초계함에 비해 수상함·잠수함 표적 탐지 및 공격능력과 항공기·유도탄 방어능력이 크게 강화됐고, 적의 주요 지상 목표물까지 공격 가능한 함대지유도탄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함은 전력화 전부터 엔진 등 추진 체계 문제를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전기 모터와 가스 터빈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추진 체계를 도입했는데, 전기를 이용해 함정을 구동하다가 가스 터빈으로 전환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져 "전시(戰時)에 부적합한 함정"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다 전력화 5개월 만인 지난 1월 추진 체계 이상으로 운용하지 못하게 됐다. 당시 프로펠러를 돌리는 모터 부근 부속에 과열이 생겨 구동을 중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군과 국방기술품질원, 방위사업청 등은 대구함 문제의 원인을 기계적 결함이 아닌 '외력(外力)에 의해 스크루 손상'이 원인인 것으로 결론내렸다. 스크루가 손상되면서 추진계통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대구함은 지난 1월25일 진해 군항에서 다른 부두로 이동하면서 수심이 낮은 곳을 통과했고 이 과정에서 스크루가 해저면에 닿은 것으로 추정된다. 해군 관계자는 "당시 수심이 대구함의 제한치인 5~6m 정도였다"며 "함정이 수심들 중에서도 제한치에 가까운 쪽으로 턴(turn)할 때 스크루가 (해저면을) 스쳐 지나간 걸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무슨 이유로 대구함이 해저 바닥을 긁으면서 외력을 받아 고장났느냐다. 이와 관련, 해군 관계자는 "추진 계통이 최적화돼있는 상태에서 배가 변형이 되면 그 영향이 추진계통까지 전달되는 것"이라고 했다. 스크루에 외력이 가해져서 동력계통에 손상이 온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선 "대구함이 해군 전투함 최초의 하이브리드함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례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대구함장은 바로 다음 날 자체적으로 잠수사를 동원해 선저(배 밑바닥) 검사를 하고 스크루의 이상 여부를 확인했으나 육안으로는 확인을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관계자는 "대구함장은 현재 보직 대기 상태이며 함장이 외력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항해 안전운항수칙을 미준수한 것이 맞다. 충분하게 안전조치를 강구하지 못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함장은 최근 직접 함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공문을 해군참모총장 등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이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에게 제출한 대구함장의 공문에 따르면 "일반 항해 및 작전 운용 시 주기관의 반응이 느려 안전 항해에 지장을 초래하며, 전기 모터에서 가스 터빈으로 기관을 전환할 때 10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가스 터빈 긴급 정지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했다.

해군 관계자는 "앞으로 사용자 운용 미흡에 대한 원인 규명 후 후속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손상된 스크루를 복구하고 시운전을 추가로 한 후 이상이 없을 시 대구함을 작전에 복귀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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