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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中, 美 기술 기반 독자 3세대 원전 기본완성 선언...기술 탈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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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C, 웨스팅하우스 AP1000에 ‘중국 혁신’ 더한 독자 원전 CAP1400 개발
나바로 기술탈취 사례 지목 AP 1000 원전 4기 중국내 건설은 올초 10년만에 마무리

중국이 미국의 원전기술을 기반으로 독자 개발한 3세대 원전 설비가 기본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22일 중국 과기일보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3대 원전 사업자인 국가전투(国家電投⋅SPIC)의 첸즈민(錢智民) 회장은 전날 회사 혁신대회에서 중국의 3세대 원전 자주 모델 궈허(國和)1호(CAP1400) 설비의 연구개발과 제작이 기본적으로 완성됐다고 선언했다. 첸 회장은 시범 공정의 설비 국산화율이 85% 이상으로 중국 3세대 원전 장비 산업사슬을 효율적으로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과기일보는 중국이 3세대 원전 기술을 모두 장악해 원전기술이 세계 일류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원전이 더 안전해지고 해당 영역에서 외국의 규제를 깰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CAP 1400은 다른 원전사업자인 중국 핵공업그룹(CNNC)과 중국광핵그룹(CNC)이 공동개발한 3세대 원전 화룽(華龍)1호(HPR 1000)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원전 대국’을 넘어 ‘원전 강국’을 지향하는 중국에서 토종 기업간 차세대 원전 기술 경쟁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CAP 1400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세계 첫 가압수형 원자로 AP 1000를 기반으로 해 기술 탈취 논란을 키울 전망이다. 물론 과기일보는 중국이 재혁신을 해서 독자 지식재산권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AP 1000의 1350MW 발전 한도를 깨고 1500MW까지 끌어 올렸다는 것이다.

화베이전력대학(華北电力大学)의 루다오강(陸道綱) 핵과학 공정학원 원장(학장)은 글로벌타임스에 " 중국 핵심 원전 설비의 초기 설계와 장비 생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중국내에서 개발돼 외국의 규제가 중국 원전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CAP 1400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이고 안전한 3세대 원전 기술이라며 지진, 쓰나미, 항공기 추락 같은 극단적인 사건도 견뎌낼 수 있다고 전했다. 과기일보에 따르면 CAP 1400은 사건 후 대규모 방사능 누출을 억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루 연구원은 "사건 발생 후 72시간내 자동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전기가 없이도 지구의 중력 등을 이용해 가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AP 1400은 2016년 4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승인을 받았다.

조선일보

중국 핵공업그룹(CNNC)이 세계 처음으로 웨스팅하우스의 AP 1000을 도입해 저장 산먼에 지은 원전. 작년 9월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CNNC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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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CAP 1400은 미국의 대중(對中) 강성 ‘매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중국이 미국 기술을 탈취해 산업 고도화를 이룬 대표 사례라고 지목해온 프로젝트와 무관치 않다.

나바로 국장은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에서 "중국으로 간 기업들이 자국(미국)을 벼랑 끝으로 내몰 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사망 보증서에 서명했다"며 웨스팅하우스를 순진무구한 사례로 꼽았다.

그는 "웨스팅하우스가 기술이전 계약으로 중국 고객에게 7만 5000건이 넘는 문서를 넘겨줬다"며 "이를 통해 급성장하는 중국 원전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중국에서 건설되는 원전의 50% 이상이 웨스팅하우스에서 훔친 기술을 기반으로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이 3세대 원자로 도입을 위해 실시한 국제입찰에서 웨스팅하우스로 낙찰됐던 2006년 12월 당시 중국 언론들은 기술이전의 마지노선이 없는 걸 수주 성공 원인으로 전했다. 당시 베이징으로 날아온 미국 에너지부 장관인 사무엘 보드만은 ‘중국에서 선진가압수형 원자로 건설 협력과 관련 기술이전에 대한 양해각서’를 교환하면서 웨스팅하우스가 향후 15~20년 중국에 더 많은 관련 원전 건설 기술을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장(浙江)성 산먼(三門)현과 산둥(山東)성 하이양(海陽)시에 모두 4기의 AP1000 설치를 위한 시공을 2009년 시작했다. 미국의 첨단 원전 기술을 중국에서 먼저 상용화하는 시도가 이뤄진 것이다. 당초 2014년말 가동 목표를 잡았지만 설계 제조 시공 등의 어려움이라는 모호한 원인으로 연기돼 작년 9월 21일 산먼 1기를 시작으로 올1월 하이양 원전까지 4기가 모두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사이 중국은 독자 개발한 3세대원전을 수출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다. AP1000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한 CNNC는 이미 자체 3세대 원전 화룽 1호를 2015년 착공한 파키스탄 카라치 신규원전에 적용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 원전 기술의 최대 수입국이다.

화룽 1호는 2015년 푸칭(福淸)원전 5, 6호기와 팡청강(防城港)원전 3호기 건설에도 처음 적용되기 시작했다.

1886년 토머스 에디슨의 직류 전기에 대항해 교류 전기 시스템을 판매하는 회사로 출발한 웨스팅하우스는 1950년대 세계 최초로 원전을 설계·건설하면서 굴지의 원전 기업이 됐지만 2006년 일본 도시바에 팔렸지만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다시 지난해 캐나다 사모펀드 브룩필드에 매각되는 등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중국은 올해 원자능법을 제정해 중국 원전의 해외굴기를 지원 사격할 예정이다. 이 법 초안은 국가가 원자력 연구와 기술개발, 기초연구와 첨단기술 탐색을 강화하고 원자력 전문인재 대오 건설을 촉진해야 하다고 적시했다. 또 기업이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지지한다고 명시했다.

중국인 현재 운용중인 원전은 45기로 전체 발전용량이 세계 3위인 4590만KW에 이른다. 현재 짓고 있는 원전은 11기, 발전용량은 1280만KW로 세계 1위다. 루 원장은 "중국은 더 큰 해외시장을 보고 있다"며 "영국 등 유럽에 원전 설비 수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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