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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영원히 시 주석의 전사” 中 TV, 軍 충성 맹세 이례적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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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지 “미국 아닌 대내용 군권 과시”

관행 깨며 지방 군부대 시찰 사전 보도

중앙일보

22일 중국 CC-TV 메인뉴스가 전날 시진핑 주석이 시찰한 육군보병학원 사관생도의 충성 맹세 장면을 육성으로 보도했다.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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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영원히 시 주석의 좋은 전사가 되겠습니다.”

중국 육군보병학원 1대대 소속 쉬신(徐鑫) 사관생도의 시진핑(習近平) 중앙군사위 주석에 대한 충성 맹세다. 22일 중국 중앙(CC) TV의 메인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의 한 장면이다. 지난 21일 시 주석의 육군 보병학원 시찰에 대한 군의 기류를 전하는 “시 주석의 당부를 깊이 새겨 부대를 위해 승리하는 인재를 배양하자”는 리포트에서다. 인민해방군 병사가 군 통수권자 개인에 대해 충성 맹세를 하는 모습을 그대로 내보낸 것은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처음이다.

쉬 사관생도는 “시 주석이 훈련장에 와서 훈련할 때 굴리는 타이어 무게까지 자세히 묻는 등 학습과 훈련 상황에 매우 관심을 보였다”며 “무척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군 사관생도로 지금부터 앞으로 근무할 때 이번 경험을 동력 삼아, 열심히 배우고 각고의 훈련을 하겠다”며 시 주석의 전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중국 군대의 시 주석에 대한 호칭은 지난 2017년에 격상됐다. 당시 홍콩 반환 20주년을 앞두고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을 사열하며 덩샤오핑(鄧小平)이 1984년에 확립한 ‘서우장 하오(首長好, 대장님 안녕하십니까)’ 대신 ‘주시 하오(主席好, 주석님 안녕하십니까)’로 격상시켰다. 이후 7월 30일 네이멍구(內蒙古) 주르허(朱日和) 기지에서 거행한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열병식에서도 병사들은 “주시 하오”를 외쳤다. 중국의 군대인 인민해방군은 국가의 군대가 아닌 당의 지휘를 받는 당군(黨軍)이다.

CC-TV가 시 주석의 육군보병학교 시찰을 보도한 시점도 지금까지의 관례와 달랐다. 통상 베이징에 돌아온 뒤에 지방 시찰을 보도하고 하루 늦춰 군대 시찰을 전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21일 시 주석이 아직 장시(江西)성을 시찰하고 있는 도중에 육군 보병학원 시찰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홍콩 명보(明報)는 “일부러 선례를 깨고 군대 시찰 활동을 보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내 일부 세력에게 시 주석이 여전히 군권을 공고하게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즉 미국과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며 대미 강경파와 투항파 간 갈등이 커지는 것처럼 비치자 시 주석의 국가 장악력을 강조하는 조치라는 해석이다. 신문은 “대미 강경파가 누구인지 특정하기는 불분명하지만, 투항파는 협상단을 이끄는 류허(劉鶴) 부총리”라며 “시 주석이 류 부총리를 시찰에 대동해 그의 담판 책략이 자신의 지시를 충실히 집행하고 있음을 외부에 과시했다”고 풀이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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