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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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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계는 들끓는다-전지구적으로 위협받는 민주주의를 위하여
놈 촘스키·데이비드 바사미언 지음, 천지현 옮김/창비·1만6000원

“나는 실제로 오바마에게 그리 기대를 갖지 않았습니다. (…) 그의 선거운동이 사기극이라는 것은 상당히 명백했어요. (…) 그는 이 나라 역사상 모든 대통령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내부고발자들을 기소해왔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법원으로 가져간 사건들 중에서 시민적 자유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다른 사건들 역시 많습니다.”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 놈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명예교수의 이 말은,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리의 호감을 뒤흔든다. 그러나 가만히 돌이켜보면, 국가안보국의 불법적 정보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간첩활동 처벌법’으로 기소한 것도, 테러조직 명단에 올라 있던 이슬람 정당에 대한 법률자문을 ‘테러리즘에 대한 물질적 지원’으로 확대해 처벌하려 했던 것도 오바마 행정부였다. 오바마의 민주주의는 미국의 국익 앞에서 가뭇없었다.

미국 언론인 데이비드 바사미언과의 인터뷰를 묶은 촘스키의 <세계는 들끓는다>는, 망백(91살)의 나이에도 녹슬지 않는 석학의 날선 비판이 번뜩이는 책이다. 미국의 정당은 기업당 하나고 거기에 두 개의 정파가 있을 뿐이라고 말할 때, 건강이나 교육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사회민주주의적인 정책을 원하면서도 그러한 일을 하는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탄할 때, 그가 말하는 미국 사회에서 한국이 겹쳐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견결한 반미주의자의 육성이 정작 제국 내에선 회자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책을 보면 ‘지적 거장의 장수가 동시대인들에게 복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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