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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수사권 조정 준비해온 경찰, 손 놓고 기다린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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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靑·행안부와 손발 마추는데…법무부와 등진 檢, 문무일 총장 임기 코앞

세계일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수사권 조정 법안이 상정되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 가시화됐다. 하지만 정부와 함께 수사권 조정 문제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경찰과 달리 검찰은 수장인 문무일 검찰총장의 반발 이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찰은 청와대와 행정안전부와 손발을 맞추고 있지만 검찰은 법무부와도 등을 졌고, 그나마도 검찰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문 총장의 임기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정당국 안팎에서는 십수년간 검찰의 기소 독점에 대해 연구용역 등 차근차근 준비해온 경찰에 비해 검찰이 손 놓고 기다리다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키려는 자’ 검찰이 갖고 있던 안일함이 이제 창검 후 첫 수사권 조정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21일 세계일보가 확인한 ‘경찰청 정책연구용역 현황’에 따르면 경찰청 수사국 산하의 수사구조개혁단은 2017년부터 ‘검사 독점적 영장 신청권의 합리적 개선방향’을 포함해 ‘수사준칙 제정에 관한 연구’,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따른 새로운 관계 정립방안’, ‘수사와 기소 분리 후 국가 수사시스템의 발전 방향 모색’ 등 총 4건의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대부분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을 염두해두고 진행한 연구로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세계일보

이 외에도 현재 논의 중인 경찰대 개혁 방안의 기초를 다듬은 치안정책 연구소의 경찰 대학에 대한 인식조사 및 발전방안 등 경찰청이 2년간 치안과 정보, 과학 수사 등 다방면으로 진행한 연구용역은 총 41건에 달한다.

경찰청은 이미 오랜 기간 이같은 연구용역을 진행해왔다. 수사권 조정의 선봉에 서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경우에도 2009년 서울대 교수 시절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의 연구용역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당시 조 수석은 이 연구에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을 의미하는 헌법 제12조 등에서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며 이는 수사기관 사이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서열을 고착화한다고 봤다. 실제로 이는 보고서 작성 이후인 2011년에 법 개정으로 일부 반영됐다.

경찰청은 2004년 경찰청 산하에 수사구조개혁단을 설치하며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대응 및 여론전에 필요한 전략 수립을 일원화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을 대비해 개혁단 산하에 총경급을 팀장으로 한 수사혁신팀을 신설했다. 오랜시간 연구용역과 개혁단을 통해 경찰은 수사권 조정에 필요한 논리와 제도 등을 준비해왔다.

이처럼 오랜 시간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를 준비한 경찰과 달리 검찰은 사법불신으로 인한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수사권 조정이 진행되며 힘을 못썼다. 특히 국회와의 연락 및 대외협력 업무를 맡았던 대검찰청 산하 범죄정보과는 동향 정보를 수집한다는 비판이 일자 일제 폐쇄했고, 법무부와의 대검찰청 사이의 소원해진 관계를 의미하듯 검찰패싱 논란도 일었다.

세계일보

문 총장은 지난 기자 간담회에서 검찰도 끊임없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진행한 자체개혁안을 제외하고 제대로된 전략 수립이나 청와대와 대국회 설득에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패스스트랙 이후 급하게 문 총장이 외국출장 일정을 마다하고 귀국해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향후 사개특위 일정 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법무부는 7월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 총장의 후임을 뽑기 위해 지난 20일까지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를 천거받았다. 현재까지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오른 검찰 인사는 고검장급 8명과 검사장급 1명을 포함해 모두 9명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법무부는 향후 청와대와 수사권 조정에 손발을 맞출 후보자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은 경찰과 검찰의 창설부터 꾸준히 논의 되어온 이야기고 정부가 바뀔 때 마다 이에 대한 논란은 있어 왔다”며 “경찰이 이미 십수년간 차근차근 준비해온데 비해 (검찰은) 준비도 부족했고, 사법불신과 맞불려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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