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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동서양 사상 비교한 프랑스 학자 "행복론은 사이비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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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누드' 저자 프랑수아 줄리앙 교수 방한

연합뉴스

프랑스 철학자 프랑수아 줄리앙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프랑스 철학자 프랑수아 줄리앙 교수(가운데)가 24일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어떻게 하면 우리가 행복하게 살지를 논하는 학문은 사이비 철학입니다. 철학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성찰하도록 해야 합니다."

'풍경'과 '누드'를 주제로 동서양 사상 차이를 통찰력 있게 분석한 프랑스 철학자 프랑수아 줄리앙 파리7대학 교수는 "철학은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슬로건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희대 한의과대학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주한 프랑스문화원과 도서출판 들녘, 아모르문디가 24일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마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철학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그리스 철학을 공부한 뒤 중국 베이징대와 상하이대에서 중국학을 배우고 루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프랑스에서 중국학 연구회장을 지냈다.

그가 쓴 책 가운데 '맹자와 계몽철학자의 대화', '사물의 성향', '장자, 삶의 도를 묻다', '전략', '풍경에 대하여', '불가능한 누드' 등은 한국어로 번역됐다.

그중 2016년 국내에서 출간된 '풍경에 대하여'에서 그는 극동아시아와 유럽이 풍경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지난 2월에 나온 '불가능한 누드'에서는 서양에서 발달한 누드가 동양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은 이유를 파헤쳤다. 간담회에는 두 책 역자인 김설아 건국대 교수와 박석 상명대 교수도 참석했다.

줄리앙 교수는 "서양에서는 주체와 객체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풍경을 배타적인 하나의 대상으로 간주한다"며 "이와는 달리 동양에서는 풍경이 음양에 기반해 상관관계를 이룬다고 여겼고, 전체적으로 풍경을 체화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양인 시선에서 보자면 새로운 동양의 견해를 수용했을 때 획일화한 관점에서 벗어나 풍경에 대해 풍요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서양이 누드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이유에 대해 "서양에서는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외피를) 벗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동양에서는 진실을 기(氣)의 관점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누드에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줄리앙 교수는 동서양 관념을 넘나드는 자신의 연구가 단순한 비교는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는 "단순 비교는 논지를 토론의 장으로 끌고 가지 못한다"며 "그동안 사람들이 사유하지 않은 것, 즉 사유의 상부를 생각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국어와 다른 언어로 철학을 하는 '외재성'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일반적인 논의를 하기보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개념을 만든 뒤 우리 머리를 적극적으로 일하게 하는 철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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