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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내 책을 말한다] '앤티크 수집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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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영택·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미술평론가인 나는 보는 것이 직업이다. 그런데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나를 매혹시킨 것들을 소유하고자 하는 깊은 병, 몹쓸 병이 있다. 특히 조형적으로 아름답고 완벽하고 기이한 매력을 뿜어내는 우리 고미술품 앞에서는 숨이 막힌다. 한국 현대미술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내게 우리 고미술품은 지금의 것들보다 더 진한 감동과 순연(純然)하고 지극한 공력으로 이루어진 아득한 경지를 너무 착한 얼굴로 디밀고 있다.

10년 전 우연히 가야시대 토기 잔 하나를 구한 이후 본격적으로 잔 수집이 시작되었다. 작으면서도 완벽한 조형미를 간직한 약 1500년 전의 잔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것이다. 토기 잔을 보러 갔다가 땟물이 잔뜩 들어 형언하기 어려운 매력을 풍기는 여러 고미술품들이 눈에 밟혀 그것들도 하나씩 구입하기 시작했다. 돈이 없으니 비교적 저렴한 것 가운데 조형적 미감을 한껏 두르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사긴 했는데 안목이 부족하고 경험도 일천하다보니 볼 만한 것, 가격 나가는 것은 드문 편이다. 전적으로 내 감각에 의지해, 경제적 사정에 제한받으며 수집했다.

내겐 그저 골동품이 거느린 조형미와 아름다움을 가까운 거리에서 즐기고 탐닉하고자 하는 욕망뿐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다. 이는 미술사가의 입장이 아니라 내 감각을 사로잡은 저것의 정체에 가능한 한 깊게 다가가고자 하는 비평적 에세이, 혹은 독후감적인 평론일 것이다. 이 책 '앤티크 수집 미학'(마음산책)은 그간 모은 골동품 중 60점을 선별해 그 하나하나에 대한 개인적인 품평을 자의적으로 기술했다. 토기와 옹기, 직선무늬떡살, 석물, 목기, 그리고 다양한 민속용품들이다. 어느 날 골동가게에서 내 눈에 띄어 다가온 것들의 목록이자 내 편애의 고백이다.





[박영택·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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