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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팀 쿡은 스티브 잡스를 넘어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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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사후 비관적 예측 깨고

애플 성장 신화 이어간 팀 쿡 분석

프라이버시·환경보호·소수자 안배 등

“잘하면서 선을 행하는 것도 가능”



한겨레

팀 쿡-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다산북스·2만5000원

2017년 말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한 재무보고서에는 애플을 경영하는 팀 쿡의 여섯 가지 핵심 가치가 적혀 있었다. 쿡 자신이나 회사의 중역 누구도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지만, 쿡은 그 여섯 가지 가치를 반영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접근가능성: 애플은 접근가능성이 인간의 기본권이며, 모든 사람이 기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교육: 애플은 교육이 인간의 기본권이며 모든 사람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환경: 애플은 환경에 대한 의무감을 바탕으로 제품의 설계와 제조에 임한다. 포용성과 다양성: 애플은 각기 다른 다양한 팀이 존재해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프라이버시와 안전: 애플은 프라이버시가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믿는다. 공급자 책임: 애플은 공급 사슬에 속한 사람들을 교육한 후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며 귀중한 환경 자원을 보전하도록 돕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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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애플이라는 회사의 알파요 오메가라 생각한 많은 이들에게 팀 쿡의 최고경영자(CEO) 취임은 위험신호로 보였다. 2011년 10월 <포브스>는 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이 “지금처럼 우세한 지배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 예측은 빗나갔다. 정보통신(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닷컴> 뉴스 편집장이었던 린더 카니는 <팀 쿡>에서 압도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팀 쿡을 분석했다. 카니는 20년 동안 애플을 취재했으며, 현재 애플과 관련된 블로그 ‘컬트 오브 맥’을 운영한다. 애플을 잘 알고 호의적인 저자가 애플에서 쿡의 업적을 중심으로 쓴 책이 <팀 쿡>이다. 애플은 쿡의 지휘 아래 세계에서 최초로 1조달러짜리 기업이 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2011년 8월11일 잡스의 연락을 받고 방문한 쿡이 최고경영자 계승과 “당신이 모든 걸 결정하게 되는 거야”라는 잡스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다. ‘선지자’가 지명한 후계자가 거의 정반대 스타일임을 확인한 사람들은 이를 ‘종말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애플에서 경영이야말로 아웃소싱할 수 있는 분야이며, 더 혁신적이고 예지력을 지닌 인물이 이끌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400쪽에 걸쳐 카니는 잡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천재성을 발휘한 쿡을 보여준다. “잡스가 조잡한 디자인을 경멸하는 것 못지않게 쿡은 과도한 재고를 증오했다.” 그 결과 애플의 재고가 회사의 대차대조표에 머무르는 시간은 쿡의 지휘 아래 수개월에서 수일로 단축되었다. ‘제조업체’ 애플이 경영에서 혁신한 일이다.

이 책은 쿡의 영웅담, 즉 전설적인 전임자와 달리 큰 기대를 받지 못한 후임자가 역경을 딛고 크게 성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2010년대의 아이티 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대표적으로 환경보호, 협력업체 직원의 과로(특히 해외에 있어 본사와 다른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여성 경영진 비율 확대, 소수집단 출신 후보자 안배, 프라이버시 문제 등이 그렇다. 2015년 12월에 14명을 죽인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 사이드 파룩의 아이폰 잠김을 해제할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수사를 도우라는 법원의 명령과 관련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쿡은 명령을 거부했고, 당시 대선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쿡을 ‘진보적인 나쁜 놈’으로 몰아세웠다.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인가? 그가 테러리스트일 때조차도? 한 번의 예외는 수많은 예외로 이어지는 첫 단추일 뿐이라는 게 쿡의 생각이었다.

카니는 쿡을 ‘잘하면서 동시에 선을 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격언과 같은 사람이라고 이 책에서 평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팀 쿡은 아직 그 자리에 오른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고,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는 더 많은 사건이 생길 테고, 그는 더 많은 도전 앞에 놓이리라. 그가 다 잘하고 있다고 확언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분명 그가 잘 해나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다혜 작가,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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