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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독일 역사의 요람지… 박물관은 살아있다 [박윤정의 뷰티풀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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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박물관 섬 / 1933년 5월 베벨 광장 / 독일판 분서갱유 유명 / 나치에 반대한단 이유 / 책 2만여권 잿더미로 / 슈프레강의 작은 섬엔 / 페르가몬·노이에스 등 / 5개 박물관 ‘옹기종기’ / 다양한 시대 유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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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박물관(Altes Museum). 카를 프리드리히 싱켈의 설계로 1830년 박물관 섬의 첫 번째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건축물인 박물관은 프로이센 왕가 소유의 예술품을 전시하던 신고전주의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대중에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미술품과 유물들을 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창밖의 어둠은 광장 구석구석 젖어 있다. 건물에 비친 조명 따라 동상들 모습이 나타나고 흐린 하늘 아래 그 형체들을 드러낸다. 지난 밤 옮긴 호텔의 아침 분위기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분단 이전 다른 체제의 분위기를 느껴볼까라는 생각으로 옛 서독지역에서 동독지역으로 숙소를 옮겼다. 호텔 커튼 아래 베벨 광장(Bebelplatz)이 내려다보인다. 한때 오페라광장이라 불리던 이곳은 고대 로마의 장엄함을 본떠 설계된 지역으로 이른 새벽 분위기는 훨씬 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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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국립 미술관(Alte National Galerie). 단면을 배경으로 ‘예술의 순간’처럼 박물관 섬 위로 인상적으로 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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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 앞에 위치한 베벨 광장에 들어섰다. 이 광장은 독일판 분서갱유 사건으로 유명하다. 1933년 5월 10일 나치 선전 기관은 대학도서관의 책 2만5000여권을 이곳에서 불태웠다. 하인리히 만과 토마스 만, 에리히 케스트너, 슈테판 츠바이크, 하인리히 하이네, 카를 마르크스 등과 그 외에 셀 수 없이 많은 작가들의 책이 나치사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잿더미가 되었다고 한다. 1995년 당시의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광장바닥에 설치된 기념물은 유리판 밑으로 비어 있는 하얀 서고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비어 있는 서고와 같이 베를린 시내 곳곳에는 과거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과거의 치욕을 숨기기보다는 드러내고 반성함으로써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독일인들의 의지가 느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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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벨 광장을 떠나 이번 베를린 방문의 주된 목적인 박물관 섬으로 걸어갔다. 슈프레강에 자리 잡은 작은 섬에 5개의 박물관이 모여 있는 박물관 섬은 오늘날 계획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18세기 말 이후 계몽주의 사상에 입각하여 박물관들이 하나둘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시대의 유산들이 소장되어 있는 섬이 되었다. 슈프레강의 지류에 위치한 이 긴 섬은 베를린 역사의 요람지로, 13세기 초 최초로 정착이 이루어진 장소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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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섬의 다섯 박물관은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는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museum)을 비롯해 구 박물관으로 불리는 알테스 박물관(Altes Museum), 이집트의 왕비 네페르티티의 흉상으로 유명하며 신박물관으로 불리는 노이에스 박물관(Neues Museum), 구 국립박물관(Alte National Galerie), 보데 박물관(Bode-Museum) 등으로 1930년에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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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국립 미술관(Alte National Galerie)의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시대의 회화과 조각품들. 건물 앞 박물관 섬의 조성을 명령한 프로이센의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의 기마상을 사진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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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박물관 섬의 5개 박물관을 둘러보기 위해 3일간 베를린의 40여개 박물관을 입장할 수 있다는 티켓을 구입했다. 욕심껏 둘러보리라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첫 박물관으로 향한다. 구 박물관(Altes Museum)은 카를 프리드리히 싱켈의 설계로 1830년 박물관 섬의 첫 번째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건축물인 박물관은 프로이센 왕가 소유의 예술품을 전시하던 신고전주의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일반 대중에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미술품과 유물들을 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시대의 회화과 조각품들 가운데 독일 작가의 작품들을 눈여겨 보고, 건물 앞 박물관 섬의 조성을 명령한 프로이센의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의 기마상을 사진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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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박물관(Neues Museum).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심하게 훼손되어 1999년까지 폐허였고, 2009년 화려하게 재개관하여 고대 이집트 유물과 파피루스 문서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청동기시대의 유물 등 선사시대 유적들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고대 이집트 18대 왕조 아케나톤의 왕비였던 네페르티티의 유명한 흉상은 이곳을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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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미술관을 잠시 지나쳐 도착한 신 박물관(Neues Museum)은 1959년 프러시아의 거장 건축가이자 궁정 건축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슈틀러가 설계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한다. 설계는 조립식 주물 및 연철 구조 요소를 광범위하게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증기 동력이 현장의 주요 에너지원이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심하게 훼손되어 1999년까지 폐허였고, 2009년 화려하게 재개관하여 고대 이집트 유물과 파피루스 문서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청동기시대의 유물 등 선사시대 유적들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고대 이집트 18대 왕조 아케나톤의 왕비였던 네페르티티의 유명한 흉상은 이곳을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관광상품으로 접하던 흉상의 진품은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건네준다. 네페르티티는 ‘아름다운 여자가 왔다’는 뜻이라고 하며, 사람이면 누구나 그녀의 주문에 속아 넘어갈 것이라 할 정도로 모나리자에 비견되는 신비로운 미소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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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museum). 건축가 알프레드 메셀의 설계로, 매년 약 10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여 베를린에서 인기 있는 박물관이 됐다. 이스타르 문과 과정적인 길, 인상적인 로마 마켓 문, 그리고 이슬람 미술 박물관의 매혹적인 콜렉션이 방문객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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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미소를 뒤로하고 바쁜 걸음으로 페르가몬박물관(Pergamonmuseum)으로 건너갔다. 건축가 알프레트 메셀의 설계로, 매년 약 10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여 베를린에서 인기 있는 박물관이 되었다고 한다. 박물관 섬의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2025년까지 페르가몬박물관의 개조가 진행 중이다. 원래 세 개의 날개를 가진 박물관은 네 번째 날개를 추가하게 된다. 페르가몬 알타르가 보이는 큰 방은 현재 2019년까지 문을 닫았다고 하지만 이스타르 문과 과정적인 길, 인상적인 로마 마켓 문, 그리고 이슬람 미술 박물관의 매혹적인 컬렉션이 방문객을 이끈다. 신전 제단과 새파란 성문을 지나면 2000년을 지나쳐 과거와 공간여행을 다시 하는 듯하다. 고대의 웅장한 성문과 성벽뿐 아니라 도시 전체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앞도적인 규모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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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부터 18세기 후반까지 광범위한 조각품들과 비잔틴 미술관과 누미즘 수집품들이 소장되어 있는 보데 박물관(Bode-Museum)과 단면을 배경으로 ‘예술의 순간’처럼 박물관 섬 위로 인상적으로 솟아 있는 구 국립 미술관(Alte National Galerie)의 감상은 다음으로 미루고 예약되어 있는 저녁 식당으로 향한다. 독일의 유명한 리슬링 와인 한잔에 하루 종일 미술관을 헤매던 피로를 씻는다. 상큼한 화이트 와인이 하루의 무게를 덜어내는 듯하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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