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관 직원들이 기밀을 문서로 출력해 돌려보았다는데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외교기밀은 암호문서로 조 대사에게만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일부 관계자만 열람할 수 있다. 이런 정보를 여러 직원들이 문서 형태로 복사해 읽고, 게다가 담당도 아닌 직원이 이를 친분 있는 국회의원에게 누설했다니 어이가 없다. 이러고도 국익을 위해 일하는 외교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미국 관리들이 한국 외교관들과 대화를 꺼린다는 보도가 나온 게 무리가 아니다. 외교부 내 보안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강 의원의 기밀 유출을 두둔하는 한국당의 태도는 더욱 실망스럽다. 정 전 의원이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언급한 것은 청와대가 대화체 형식으로 공개한 정상 간 통화 내용이다. 당시 방송사는 자막으로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정 전 의원도 프로그램 특성에 맞춘 발언이라고 인정했다. 공개된 내용을 토대로 예능프로그램에서 가볍게 한 말을 시비 삼아 위기를 넘기려는 모습이 우습다. 한·미 동맹을 그토록 강조하면서 미국의 신뢰를 허무는 일을 하고도 이렇게 대응하다니 적반하장이 지나치다.
최근 외교부에서 기강해이를 보여주는 사고가 빈발한 것을 생각하면 이번 사건은 예사로 넘길 수 없다. 본분을 망각한 외교관은 엄중히 단죄해 기강을 세워야 한다. 조 대사도 이번 사태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강 의원과 한국당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사건의 본령은 누설될 경우 한·미관계를 훼손할 수 있는 국가기밀을 거의 실시간대로 폭로한 것이다. 한국당은 더 이상 억지 주장을 펴지 말고 즉각 사과부터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강 의원을 출당해야 한다고 한 것을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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