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국제선 비행 중 발생한 소아 화상 사고와 관련해 당사자 부모가 운항 정보와 사고 대응 매뉴얼 등을 요구했지만 거부했다. 화상 정도가 심해 후속조치의 적절성을 따져보기 위한 차원인데 아시아나항공은 자료를 받기 위한 방법은 사실상 소송밖에 없다고 안내했다.

2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난 6일 하와이발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OZ231편에 탑승한 이모양(10)은 이륙 후 1시간쯤 지나 기내식을 먹다 자신의 몸에 국물을 쏟았다. 승무원은 이양의 어머니에게 일반 생수를 전달해 화상 부위의 화기를 빼도록 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승무원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30분쯤 후 기내방송을 통해 탑승객 중에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고, 한 의사가 이양의 물집을 제거하고 연고를 발라줬다.

이양은 비행기가 착륙한 다음 인천공항 안에 있는 인하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귀가했다. 그러나 고통이 가시지 않아 화상 전문인 서울베스티안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복부에 3도, 왼쪽과 오른쪽 허벅지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부는 피부이식이 불가피한 상태로 수술 후에도 색소 침색 제거 등을 위해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 초등학생인 이양은 지금까지 학교에 가지 못한 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양의 가족은 지난 14일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에 고객 민원을 접수했다. 업무 담당자는 두 차례 통화에서 이양의 화상에 대해 ‘고객 귀책’이라는 이유로 항공사 측의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5년여 전 기내에서 뜨거운 라면을 쏟아 승객에게 화상을 입힌 사고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에 배상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항공사 측은 그때는 승무원 실수로 생긴 일로 이번 사고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제항공운송 규칙을 정한 몬트리올 협약 17조 1항은 승객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항공기상에서 발생했을 때 운송인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승객 실수로 벌어진 사고라고 해도 사후대처가 부실했다면 항공사 측에 일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양의 가족은 “일반적으로 60도 이상의 액체에 노출되면 화상을 입게 되는데, 시원한 물로 열을 빼주는 것만으로도 사고 부위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제공된 국물의 온도와 사고 순간 기체 상황, 사고 이후 제공된 물의 온도, 승무원의 조치 등에 대한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고객만족팀 관계자는 이양 가족과의 통화에서 “사고 발생 시점에 터뷸런스(난기류)가 없는 게 확인됐다”면서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운항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개인에게 내부 자료를 임의로 드릴 수 없다”면서 “공식적으로 제공을 요청하시려면 분쟁밖에 없다”고 안내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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