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월드 트렌드, NOW] 아침 TV서 실제 살인 장면이… 브라질의 막장 방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범죄 장면 등을 선정적으로 보도해 논란이 되고 있는 브라질 아침 방송 '프리메이루 임팍투'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패션 소식, 연예계 뉴스, 시내 교통 정보…. 일상적인 아침 방송 프로그램이 브라질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송출되고 있다. 전날 발생한 범죄 현장을 중계방송 하듯 담은 프로그램이 브라질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의 높은 범죄율을 방증하는 한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이 흥미거리로 전락한 브라질의 현실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브라질 아침 방송 중 두 번째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범죄 현장에만 집중하는 ‘프리메이루 임팍투’다. 방송의 내용은 이렇다. 밤새 브라질 안에서 발생한 총격 현장의 CC(폐쇄회로)TV 화면 등을 입수, 액션영화에나 나올 배경음악까지 깐 뒤 용의자가 희생자에게 총이나 칼로 범행하는 장면을 반복해 보여준다.

브라질에서는 2017년 한 해 동안 6만4,000명이 살해당했다. 대부분은 마약 거래에 휘말린 조직폭력배 일당이지만 브라질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한 곳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정치인들은 범죄자들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잇따라 공언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하원의원이었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순식간에 정권을 잡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유세 도중에도 “교도소들을 범죄자로 가득 채우겠다”고 선포했고, 1월 1일 취임 이후 일반 시민들의 자위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총기 소유 규제를 완화했다.

다른 정치인도 보우소나루의 길을 따라 가고 있다. 윌슨 위트첼 리우데자네이루주 주지사는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범죄 용의자를 공격할 수 있는 저격수 팀을 만들었고 ‘파벨라’로 불리는 빈민가에 헬리콥터를 이용해 침투할 수 있는 무장 경찰 부대도 창설했다.

TV에 무분별하게 방영되고 있는 범죄 장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다. 미디어 내 폭력성에 대해 연구하는 데니스 데 올리베이라 상파울루대학 교수는 “폭력은 심각한 문제지만 이성적 접근 대신 흥미거리가 됐다”며 “시민들에게 총기 소유를 허가하는 등 손쉬운 해결책만을 찾게 되면 공공 안전이란 개념이 사라지게 된다”고 WP에 말했다. 올리베이라 교수는 “(TV에서의 범죄 장면 방영은) 공포를 일반화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상정하게 한다”며 이러한 선정적 방송이 빈민층에 낙인을 찍는 동시에 인종주의를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아침 방송 진행자들도 변질되어 가는 방송이 달갑지만은 않다. 건강과 미용 정보를 주로 다루는 ‘웰빙’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했던 마리아나 페랑은 “몇 달 전부터 범죄 소식을 프로그램에 넣으라는 요구가 잦아졌다”며 “프로그램 목적과 관련 없는 범죄 장면 방송은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한국일보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의 아니지우 조빙 교도소에서 26일 폭동이 일어나 55명이 숨진 가운데 재소자들의 가족들이 교도소 앞에 몰려와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려 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수감자 과다 수용과 열악한 시설, 범죄 조직 간 마약 밀매 시장 쟁탈전 등의 이유로 교도소 내 폭동이 빈번한 상태다. 브라질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교도소 수용자는 2016년 6월 현재 72만여명에 달한다. 수용 능력인 36만여명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마나우스=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