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산’ 발왕산이 다시 솟아오르려 하고 있다. 평화와 한류가 시작된 발왕산은 세계적 명산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
[평창·춘천=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평창 발왕산(1458m), 왕이 난다(發王山)는 산이다. 원래는 팔왕산이었다. 여덟 왕의 묏자리가 있다 해서 불리던 이름이 발왕산(發旺山)을 거쳐 발왕산(發王山)이 됐다.
백두대간 등줄기 해안산맥에 북쪽 황병산(1407m)과 서남쪽 박지산(1391m)을 어깨하고 있다. 남한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다. 지리산과 덕유산보다 높다.
도암호에 비친 발왕산 자락 |
이 발왕산은 그동안 이름을 잃었다. 있는 줄 알았으되 잘은 몰랐다. 그저 ‘용평스키장’ 정상쯤으로만 알았다. 그런 발왕산이 지난해 ‘평화’의 이름으로 정말 왕을 낳으려 한다.
제 이름을 찾고 대한민국 명산의 지위를 다지려는 발왕산,이제 산의 왕이 등장할 때다.
늠름한 어깨를 드리운 발왕산의 위용당당한 모습 |
●자연의 산 = 대자연이다. 오죽하면 ‘산의 아비’라 했을까. “대관령이 공중에 솟아 여러 산의 아비인데, 새끼 산이 동쪽으로 줄기줄기 뻗었네” 조선시대 대제학을 지냈던 허백당 성현(成俔·1439~1504년)이 강원도 관찰사 시절 대관령을 예찬한 글이다.
한반도의 허리 백두대간 태백산맥을 넘는 가장 큰 고개 대관령(大關嶺)은 그야말로 산의 아비로 우리 국토의 중심 뼈대다. 고개는 아흔아홉 구비, 해발 832m에 무려 13㎞에 이른다. 고개를 넘기 전은 평창 고원, 넘으면 강릉과 동해가 나온다.
영서도 영동도 아닌 이름 그대로 영(嶺)이다. 이 고개를 중심으로 평창 황병산, 선자령, 발왕산이 우뚝 솟아나 강릉 성산면과 어깨를 맞대고 있다. 강 역시 이고개에서 동서로 나뉘어 송천과 남대천으로 흐른다.
참고로 고개는 령(嶺)과 재, 현(峴), 치(峙·‘티’로도 부름) 등으로 나누는데 이중 령과 재는 가장 높고 험준한 고개를 뜻한다. 이름조차 대관령이니 얼마나 큰 고갯길인가. 이곳에 발왕산이 있다.
발왕산 정상, 관광곤돌라로 쉽게 오를 수 있다. |
●평화의 산 = 지난 2016~2017년, 핵탄두 개발과 수소탄 실험 성공을 공식적으로 알린 북한이 연이어 쏘아 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트럼프 공화당의 미국은 연일 경고했고 실제 행동에 나선다 선언했다. 일촉즉발이랄까. 한반도에 다시 긴장감이 팽배했다.
발왕산 운해 제공 | 용평리조트 |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발왕산이 굽어보는 평창 땅에서 남북이 만나 비로소 평화의 싹을 틔운다. 그것도 역사상 최초 남북 단일팀(여자아이스하키팀)으로 만났다. 당시 뉴욕타임스 지는 ‘전쟁 가능성이 커진 때 나온 가장 극적인 화해’라 논평했다.
2월 평창 오륜대회에서의 만남은 결국 6월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냉랭하던 얼음이 녹아 초여름 평화의 급물살이 흘렀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적대적이던 두 나라, 북미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시간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유지 정책과 이에 대한 반작용 도발로 평화 논의는 지지부진해지고 있지만 낙담은 아직 이르다. 70여년 평화를 기다렸던 염원처럼 발왕산에서 비롯된 평화의 강은 언젠가 다시 흘러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발왕산 정상에는 인근 백두대간 산은 물론, 동해까지 보이는 너른 360도 전망대가 있다. |
●생명의 산 = 발왕산은 고라니 담비 등 야생 동물뿐 아니라 수많은 수목이 자생하고 있는 곳이다. ‘죽어서 천년’이라며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주목 군락지, 상생의 미덕을 뽐내는 독일 가문비나무숲과 마유목 등이 어울려 ‘자연생명의 산’으로 불린다.
독일가문비나무숲 |
특히 이북에만 있는 희귀식물 바늘까치밥나무까지 발견됐을 정도로 다양한 고원 식물생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여기다 1997년 11월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고시된 발왕산 주목군락지가 있다. 주목 군락지는 평균임령 70년, 수고 6∼16m, 경급 22∼26㎝의 최고령 주목 260본을 비롯하여 전나무와 기타 활엽수가 생육하는 천연림이다.
어른도 아이도 해발 1458m 정상에 쉽게 오를 수 있는 발왕산. |
고원에 부는 찬바람을 온몸으로 버티며 서 있는 주목의 고독하고도 늠름한 자태는 이미 등산 애호가들에겐 잘 알려졌지만, 장시간 산행이 어려운 어린이나 노인, 장애인에겐 그야말로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관광 곤돌라를 이용해 편하게 산정에 올라 감상할 수 있어 접근성 측면에서 좋다.
발왕산은 한국 동계스포츠와 평화, 한류가 시작된 곳이다. 사진은 평창읍내 올림픽 기념 광장. |
●스포츠의 산 = “아이고 명태 실으러 강릉 갔다가 눈이 키보다 많이 쌓여 갇히는 바람에 못 왔구먼” 1970년대 초 서울 한 술집에서 어느 트럭 운전수의 투덜거림이 힌트가 됐다. “거기가 어디래?” 당시 쌍용 김석원 회장은 이 말을 전해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강원도 지역에 스키장 부지를 모색하던 중이었던 까닭이다.
용평리조트 |
발왕산 일출 |
그곳은 대관령 넘어가던 평창군 횡계리였고, 김 회장은 그중에서도 발왕산을 주목했다. 우뚝 솟은 산정 아래 우람한 능선을 이리저리 두른 천혜의 코스, 산기슭에 스키장을 지었고 국내 최초 스키장이 됐다. 이후 현재 HJ매그놀리아용평호텔앤리조트가 인수한 후 프리미엄 콘도미니엄과 특급호텔을 갖추는 등 지체 없이 발전을 거듭한 용평스키장은 국내 최초로 국제스키연맹(FIS)으로부터 슬로프를 공인받는 등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의 요람이 됐다.
스키 인구가 급증하던 지난 90년대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휘닉스파크 현대성우(현 웰리힐리) 오크밸리 리조트 알펜시아 등 스키장이 줄줄이 들어섰다. 영동고속도로는 스포츠의 산으로 향하는 스포츠의 길이 됐다. 개장 50여년 후 드디어 평창땅에서 올림픽이 열렸다.
●문화의 산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발왕산에서 왕이 났다. 한류의 시원으로 보는 ‘겨울연가’를 이곳 용평리조트에서 촬영했다. 준상(배용준)과 유진(최지우)의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설원에서의 로맨스로 인해 한류의 거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03년 일본 NHK가 수입 방영한 이래,지역을 옮겨가며 무려 17년째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겨울연가. 훗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뒤흔든 BTS 열풍으로까지 이어진 한류의 머릿돌 같은 이 드라마는 발왕산에서 많은 부분을 촬영했다. 제목이 ‘겨울연가’인 만큼 순백의 설원이 필요했는데 그곳이 발왕산 용평리조트와 춘천 남이섬이었다. 목도리를 두른 준상과 마주보고 있는 유진의 실물 크기 사진과 동상이 지금도 남아있다.
마운틴코스터, 루지, 모노레일 등 사계절 즐길거리를 순차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
마운틴바이크 라이더에게도 이미 소문난 곳이다. |
●힐링의 산
이제 발왕산이 더욱 솟구치고 있다. 수십억년 전 지각 변동이 다시 일어나는 건 아니다. 힐링과 레저의 왕으로 다시 섰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발왕산을 세계적 명산으로 인정했다. 얼마 전 ‘발왕산 세계 명산 선언’도 직접 했다. 용평리조트는 엄홍길 길을 만들어 트레킹과 산행을 즐기며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발왕산에 초대형 호텔·리조트 단지를 보유한 HJ매그놀리아용평호텔앤리조트(이하 용평리조트)는 방문객들이 미세먼지를 피해 맑은 공기 속에 묵어가며 쉴 수 있도록 다양한 즐길거리를 구축했다. 용평리조트 신달순 대표는 “스키·스노보드 등 동계스포츠 뿐 아니라 루지와 마운틴바이크, 워터파크 등 봄·여름·가을에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시설과 콘텐츠를 구비, 4계절 휴양 시설로 거듭날 것”을 선포했다.
용평리조트 루지 |
이를 위해 우선 ‘발왕산 테마파크’를 건설 중이다. 여름 관광 케이블카 야간 운행, 발왕수 가든, 스카이워크 등 시설 확충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레인보우 테마파크’도 선을 보일 계획이다. 일루미네이션 미디어아트 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들어선다. 모노레일, 짚라인 등 체험 시설도 착공한다.
바나듐과 규소를 함유한 발왕수, 산정에서 솟아오른다. |
여기다 건강 마케팅을 더 했다. 발왕산 산정에서 발견된 천연미네랄 약수 ‘발왕수’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발왕수 온도는 8도로 차갑고, 약알칼리성(pH 8)을 띤다. 나트륩 성분이 적을뿐더러 규소와 바나듐 성분을 함유해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발왕산에서 나온 발왕수를 이용해 만든 수제맥주 1458. |
용평리조트는 발왕수를 활용해 수제맥주와 막걸리, 음료 등으로 가공, 건강을 테마로 한 힐링 리조트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발왕산의 용평리조트는 춘천 남이섬과 업무협약을 맺고 상호 공동 마케팅 하기로 했다. |
●약속의 산
발왕산이 서울과 세계를 향해 성큼 다가섰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강원도 춘천 남이섬과 업무협약을 맺고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협력하기로 한 것. 남이섬의 콘텐츠와 발왕산 용평의 인프라를 서로 융합, 내외국인 여행·레저 시장을 겨냥해 상호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다.
춘천 남이섬을 들어가는 배. |
춘천 남이섬과는 ‘겨울연가’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
북한강변에 위치한 춘천 남이섬은 동화 속 나라 ‘나미나라’를 테마로 한 다양한 콘텐츠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겨울연가 대표 촬영지로서 이미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두 곳은 향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춘천 남이섬은 외국인관광객에게 인기몰이를 하는 곳이다. |
남이섬은 최근 2019 남이섬 세계책나라축제를 열었다. 세계적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5년 시작한 축제로 올해가 9번째였다. 올해는 ‘주빈국’ 개념을 도입, 덴마크를 주요 테마로 다양한 공연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 많은 방문객이 다녀갔다. 국내외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가 대거 모이는 ‘2019 나미콩쿠르 시상식’ 등 알찬 프로그램으로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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