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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후폭풍]일산 사망선고vs 분양권 2억 웃돈 붙은 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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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일산 동·서구는 울상, 고양선 수혜 덕양구는 미소 덕양구 내에서도 향동만 집값 들썩, 삼송·원흥은 잠잠 교통대책 이행 관건…"비수혜지역 가지치기 교통 연결 필요" [비즈니스워치] 채신화 기자 csh@bizwatch.co.kr

"3기 신도시 지정은 호재죠. 교통 다 뚫리면 서울보다 못할 게 없다니까요?"(덕양구 A부동산 중개업자)

"일산 두 번 죽이는 거예요. 들고 일어나야죠."(50대 일산동구 주민)

지난 29일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 평일 오후여서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일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민들간의 균열이 느껴지는 듯 했다. 고양 창릉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린 탓이다.

지리적으로 창릉의 뒷편에 있는 일산 동‧서구에선 3기 신도시 지정을 '일산 사망선고'로 받아들이며 반발하는 기운이 강하다. 반면 고양선 등 교통 호재를 맞게 된 덕양구는 조용히 웃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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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놓은 자식?’ 혼란의 일산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고양 창릉(813만㎡)을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한 이후 일산의 격앙된 분위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1기 신도시인 일산은 개발 정체, 교통망 부족 등으로 자족 기능이 약한 '베드타운(bed town)'으로 평가받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접 지역에 광역 교통망이 확충된 신도시가 들어서면 일산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지역민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일대 집값이 출렁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일산동구와 서구는 신도시 공개 이후 3주 연속 아파트 매매가격이 –0.1%대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일산동구가 0.22%, 서구가 0.15% 각각 내려갔다.

일산 동구 지역민인 임 모 씨(50대)는 "기존에 신도시로 조성됐던 일산은 다 죽어 가는데 인근 지역에 신도시를 또 만들면 어쩌란 소리냐"며 "집값이 계속 떨어질까봐 무섭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반적으로 반대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조건부 철회'를 요구하는 지역도 있다. 일산동구 식사지구 주민들은 고양선의 고양구간 종점인 '고양시청역'을 식사지구까지 연장해주면 3기 신도시 지정 및 광역교통망 확대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종현 고양도시철도 식사풍동 추진연합회 집행위원장은 "일산 시민 전체가 3기 신도시 지정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며 "오히려 전철 등 교통수단이 뚫리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시에서 구상 중인 트램 등의 계획이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정책으로 막혀버렸다"며 "소외 지역 등을 위해 고양선을 일부 확대해준다면 정부의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위원장은 이같은 의견을 계속 피력하고 주말 집회도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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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고양창릉'과 인접한 경기도 일산 고양시 덕양구 향동동 일대 아파트./채신화 기자


◇ 신도시 덕보는 덕양

같은 고양시 내에서도 웃음 짓는 곳이 있다. '고양선'(가칭) 등 교통망 확대에 따른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을 향동동이 대표적이다. 향동동은 지리적으로도 창릉 신도시보다 앞에 있는 곳으로 서울과 인접한 곳이다.

향동지구는 이제 막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곳으로 곳곳에서 마무리 공사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 2월 'DMC리슈빌더포레스트'를 시작으로 'DMC호반베르디움더포레', 'DMC해링턴플레이스', '고양향동중흥s클래스' 등이 줄줄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아직 유입 인구가 적어 동네는 한산했지만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모두 문을 열고 방문객을 맞거나 전화 상담에 바빴다.

향동동에 위치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3기 신도시 발표 당일 (집주인이)아파트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물어주는 등 정신이 없었다"며 "그만큼 3기 신도시 지정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분양권 프리미엄도 2억원 가까이 붙었다.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호가가 4000만~5000만원가량 올랐다.

'고양향동호반베르디움4단지' 전용 84㎡ 분양권은 6억4000만원에 나왔다. 이 관계자는 "지난주엔 분양권에 웃돈을 1억9000만원까지 올렸는데도 거래될 뻔했는데 집주인이 그마저도 거절하고 1000만원을 더 올렸다"고 말했다.

'DMC리슈빌더포레스트'도 1억7000만~1억8000만원 정도 프리미엄이 더 붙은 상태다. 현재 전용 84㎡가 6억원 초반대에 호가하고 있다. 가격이 치솟자 다운 계약서 등을 문의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집주인들이 가격을 꾸준히 올리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 나온 매물보다 실제론 조금씩 더 비싸다"며 "다운 계약서를 알아보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이어 "분위기가 좀 과열되니 최근엔 이사가 당장 급한 집주인을 제외하고는 매물을 다 회수해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수혜지역으로 알려진 삼송, 원흥지구는 비교적 잠잠했다. 입주 물량이 많고 고양선 등 교통망에서 좀 거리가 있는 탓이라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원흥동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9‧13 대책 이후 일대 집값이 쭉 하락세인데 지금도 비슷하다”며 “오피스텔 등 입주량이 너무 많고 새롭게 생긴다는 고양선과도 멀어서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송마을15단지계룡리슈빌' 전용 84㎡는 5억4000만원으로 올 초와 비슷한 수준에서 호가하고 있었다.

다만 신도시 수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위치가 서울과 가깝고 녹지 등이 많아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구 유입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여기에 광역교통망만 생기면 나중엔 지역이 더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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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창릉'과 인접한 원흥지구 원흥동에 신축 공사 중인 건물 모습./채신화 기자


◇ 발표한 교통망, 이행여부·속도 중요

지역민들은 일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교통대책의 이행 여부와 속도라고 봤다.

삼송동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창릉 신도시 조성 예정 시기가 2022년이기 때문에 당장은 일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앞으로 7년은 봐야 하는데, 그 사이에 교통망대책을 제대로 이행하는지가 관건이 될"이라고 말했다.

고양시청 인근에서 만난 60대 지역 주민은 "고양선을 비롯해 신분당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이 모두 예정대로 들어와 준다면 그땐 인접지역에도 수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주민들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서 시간을 끌다가 개발이 미뤄지면 그땐 후폭풍이 더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부 교수는 추가 신도시 조성에 따른 기존 신도시 지역의 침체를 막기 위해선 교통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서울 외곽지역은 광역교통망 공급에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외곽 신도시 교통접근성이 향상될 것"이라면서도 "광역교통망 수혜가 없는 지역에 대해선 '가지치기'를 통해 교통망을 잇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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