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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북한에 창궐한 돼지열병(ASF), 다급한 북한 손내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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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시 100% 치사율을 보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에 발생해 관계 당국이 북한 지역 및 남측으로의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순민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31일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긴급방역상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며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따르면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1건이 발생했고, 확산되지 않도록 통일부, 국방부, 환경부 등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대응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자료: 농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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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E는 지난 23일 북한 자강도 우시군에 있는 북상 협동농장에서 ASF가 발생해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폐사하고, 북한 당국이 22마리를 살처분 했다고 30일 전했다. 북한지역에서 ASF가 발생한 사실이 공식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이런 사실을 OIE에 30일 보고하고, 31일엔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가지도록 주문했다.

특히 신문은 최근 국제적인 발병 사례와 중국과 베트남의 확산 방지대책, 사람에게 위험하지 않지만, 경제적 손실 크다는 내용을 담은 3건의 기사를 게재했다. 노동신문은 그러나 자강도에서 돼지 열병이 발병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단, 노동신문은 “아프리카돼지 열병이 사람에게는 위험하지 않지만, 확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다”고 소개하고 “돼지사육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강하게 울려 나오고 있다”고 강조해 심각성을 드러냈다.

북한이 노동신문 등을 통해 대대적인 경계심을 보이는 건 다급함의 표시라는 지적이 많다. 방역과 의료 시설이 부족한 북한은 2003년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유행하는 등 전염병이 돌 때 항공기와 선박의 운항을 중단하는 등 ‘봉쇄정책’으로 차단에 나섰다. 반면 멧돼지나 가금류에 의해 전파되고, 백신이 없는 ASF에 대해 북한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이 발생 1주일이 지나고서야 OIE에 보고한 것도 나름 대책을 세우고 처리를 시도하다 시간이 흘렀을 것으로 관계 당국은 보고 있다.

그래서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선 남북 간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은 지난해 11월 보건의료회담에서 전염병들의 진단과 예방치료를 위해 서로 협력하며 실무 문제 문서교환 등을 통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공동보도문 2항).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대북협의에 착수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협력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정부는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협력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측과 협의가 진행되는 대로 구체적인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ASF 대응을 위한 협의가 진행된다면 자연히 당국 간 협의 재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 정부의 제의에 응할지가 문제다. 이 부대변인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한 방역 협력 의사도 수차례 북측에 전달한 바가 있다”고 했지만, 북한의 반응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문을 닫아 걸은 북한이 아직은 대답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읽히는 부분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공론화를 한 것도 남북 간협력보다는 국제사회에 손길을 내밀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러나 발생 우려에서 실제 발생으로 상황이 바뀐 만큼 북한 스스로 발병 사실을 공식화함으로써 한국 정부더러 먼저 움직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한 뒤 북한에 관련 협의를 공식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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