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중간지주+신설회사로 나뉘어…조선업 경쟁력 강화 기대감
현대중공업은 이날 주총을 통해 중간지주회사와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로 나눠진다. 현대중공업은 존속 법인인 중간지주사의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바꾸고, 신설 자회사의 사명은 ‘현대중공업’을 쓰기로 했다. 한국조선해양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상장법인으로 남고 신설 회사인 현대중공업은 비상장법인이 된다.
주총에서는 현대중공업 조영철 부사장(재경본부장 겸 CFO)과 주원호 전무(중앙기술원장)가 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현대중공업은 분할등기일인 오는 6월 3일에 이사회를 열어 권오갑 부회장을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역량과 가치를 올리고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하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위)와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골리앗 크레인./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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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하기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에 대우조선해양 주식 약 59만주를 모두 넘기고, 대우조선해양 주식 가치만큼 새로 생긴 중간지주사의 신주를 받는다.
일반적인 기업 합병 형태는 산업은행이 가진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몽땅 현대중공업이 사들이는 방식이지만, 산업은행이 인수자인 현대중공업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동원했다. 중간지주사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기존 현대중공업그룹에 있는 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총 4개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국내 조선업의 고질병인 저가 수주와 출혈 경쟁이 해소되고,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시장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수주 경쟁력이 강화돼 중국·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의 선박평가기관인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세계 LNG선 발주 물량 중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는 52%에 달한다. 합병 회사의 전체 수주 잔량은 1698만CGT(표준 환산 톤수)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21.2%까지 늘어난다.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소 수주 잔량 525만CGT(6.6%)의 3배가 넘는 규모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의 역량과 대우조선해양이 가진 LNG 기술력이 합쳐지면 시장 내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위원은 "세계 1·2위 회사가 합치면서 출혈 경쟁이 해소되면서 선가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조선업 전반으로 선가가 올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대우조선 실사 난항 예상…노조 "실사 저지 나설 것"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있다. 우선 기업 실사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실사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해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인수 작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동종업체인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면 중복 업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인수에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품에 안기 위해서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두 회사의 결합으로 경쟁이 얼마나 제한될 것인지, 우월적인 시장 지위를 남용할 것인지 여부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는 부분은 해외 경쟁사들이 시장 독과점 문제를 거론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미국 반도체설계회사 퀄컴은 중국의 반대로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440억달러(약 50조원)에 인수하는 계획을 포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물적분할이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 노사 간 신뢰구축에 전력을 기울여 빠른 시일 내에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고용 안정, 단협 승계 등 임직원과 약속한 부분을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사회에도 물적분할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가 불식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울산을 대표하는 기업의 위상을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동희 기자(dw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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