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경찰청은 5일 오전 10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전 남편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고씨의 얼굴과 이름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이 4일 오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ㅣ연합뉴스 |
신상공개위원회는 피의자의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의 인권과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비공개 사유를 고려했으나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심하게 훼손한 뒤 불상지에 유기하는 등의 범죄 수법이 잔인하다고 봤다. 그 결과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구속영장 발부, 범행도구 압수 등 증거가 충분하고 국민의 알권리 존중, 강력범죄 예방 차원에서 고씨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일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고씨는 지난 25일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손괴한 후 유기,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고씨가 전 남편의 시신을 제주~완도 항로 해상과 육지 등 3곳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색을 진행 중이다.
경찰이 지난달 28일 제주를 빠져나가기 위해 이용한 완도행 여객선 내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고씨가 여객선에서 무언가 바다에 버리는 모습을 포착했다. 해당 CCTV에는 고씨가 오후 8시30분 출항하는 여객선에 탑승한 지 1시간만인 오후 9시 30분쯤 여행 가방에서 무언가 담긴 봉지를 꺼내 수차례에 걸쳐 바다에 버리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과 해경은 나흘째 함정을 투입해 해상을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또 고씨가 ㄱ씨의 시신을 해상에 이어 육지에도 유기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고씨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차량을 배에 싣고 제주를 떠났는데, 지난달 31일 주거지인 충북 청주시에 도착하기 전까지 전남 영암과 무안을 거쳐 경기 김포시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가 휴대전화에서 니코틴 치사량과 살해도구를 검색한 것이 확인되는 등 계획범죄를 증명할 증거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고씨가 피해자에게 약을 먹였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펜션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에서 약독물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펜션에서의 범행을 추론하기 위해 현장에 남아있는 혈흔 형태를 분석하기 위한 전문가도 6명 투입한다. 프로파일러 5명을 투입해 고씨의 범행동기를 밝히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다른 용의자는 없다며 고씨 단독범행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전 남편 ㄱ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자신에게 문자를 보내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출신이지만 청주에 살고 있는 고씨는 지난 18일 전남 완도항에서 자신의 차량을 끌고 배편을 이용해 제주를 찾았다. 고씨는 25일 제주에 살고 있는 전 남편 ㄱ씨, 아들(6)을 함께 만났다. 고씨가 이혼 후 아들을 보여주지 않자 전 남편 ㄱ씨가 면접교섭권을 행사해 2년만에 아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하지만 ㄱ씨는 귀가하지 않은 채 연락이 끊겼고, 27일 ㄱ씨 가족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결과 고씨와 ㄱ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4시20분 조천읍의 한 펜션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낮 12시쯤 고씨만 혼자 무언가를 들고 펜션에서 나왔다. 전 남편인 ㄱ씨가 펜션을 나오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고씨는 퇴실 다음날인 28일 제주항에서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왔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이 펜션의 거실 벽과 욕실 바닥, 부엌 등에서 ㄱ씨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다량의 혈흔을 발견했다. 1일 고씨를 주거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긴급체포하고, 주거자와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도 확보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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